‘글로벌’은행 염원…정체성 통일과 세력 과시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BNK부산은행…’
대다수의 은행은 행명 앞에 영문 약자(이니셜)를 붙여 사용한다. 영문과 국문을 조합한 은행 브랜드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왜 은행들은 고객은 물론 평소 자사 은행원들 조차 잘 부르지 않는 ‘영문중복 표기’를 고수하는 걸까.
영문중복 표기를 둘러싼 은행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글로벌’은행 되고파=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은행들은 국제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사 관계자들은 “당시에는 ‘글로벌’이 유행하는 분위기였다”면서 “경영진들도 뭔가 국제화된 느낌이 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문이 하곤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07년 국제화 추세에 발맞춰 폐쇄적ㆍ정적 이미지의 ‘농협’에서 탈피, ‘NH농협’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중소기업은행은 이름 때문에 중소기업 전용은행이란 오해를 줄이고 소매금융을 적극 확장하기 위해 2007년 영문 브랜드명인 ‘IBK’를 도입했다. IBK는 Industrial bank of korea의 약자다. 개인고객과의 거리를 줄이고 세계화라는 유행에 발맞추겠다는 계산이었다.
▶인수합병 새출발=국민은행은 2002년 주택은행과 통합하면서 KB국민은행이라는 영문 및 국문 조합 브랜드명을 선보였다. KB는 국민은행의 영문 약자란 뜻 외에도 코리아 베스트(KOREA BEST)란 뜻을 담고 있다. 상장된 뉴욕 주식시장의 주식코드도 KB다.
산업은행 앞에 붙은 KDB는 금융지주사 탄생을 새롭게 알리기 위해 도입됐다. 산업은행은 2009년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된 바 있다. 이 당시 금융그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KDB를 붙였다. 2010년부터는 국제투자은행을 지향하면서 CI에 KDB산업은행이라고 쓰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조금 다른 이유로 영문 및 국문 조합 브랜드명을 도입했다. KEB하나은행의 KEB는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하나은행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사용한 경우다. 지난해 5월 하나금융그룹은 조기 통합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을 설득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사명을 살리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후 합의에 성공했다. 인수은행이 피인수은행의 이름을 통합 후에도 살리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체성 통일과 세력 과시=지방은행들은 글로벌화와 함께 금융지주로 일원화하면서 한글 앞에 영문명을 병기했다. 시중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자 인식이 낮은만큼 통일된 정체성으로 이미지제고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DGB대구은행은 종합금융지주로서 자회사들의 정체성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DGB’를 붙이기 시작했다. 과거 우리아비바생명도 현재는 DGB생명이다. DGB는 Daegu Gyeongbuk Bank의 약자다. JB전북은행 또한 같은 이유다. 전북은행ㆍ광주은행ㆍ우리캐피탈 등에 JB를 붙여 한 식구임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은행을 주력자회사로 두고 있는 BNK금융지주의 본래 영문명은 BS금융지주였다. 2014년 10월 경남은행을 인수하고 영문명을 바꿨다. 부산’의 약자인 BS가 자칫 경남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BNK에는 ‘부산 & 경남’이라는 의미와 Beyond No.1 in Korea라는 뜻이 포함돼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