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필자는 경북 대구와 칠곡 등에 걸쳐있는 팔공산(1193m)자락에서 열린 한 귀농귀촌 동호회 모임에 강의 차 다녀왔다. 필자가 사는 강원도 홍천 산골에서 모임 장소까지의 거리는 무려 왕복 약 600km.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한달음에 달려간 이유는 이 귀농귀촌 동호회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동호회는 스마트폰 밴드 모임인데도 회원이 무려 2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 회원은 강원도 최북단지역에서부터 제주도 최남단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걸쳐있다. 이 밴드 동호회의 이름은 인기리에 방영중인 한 종편방송국 프로그램과 같다. 바로 ‘○○ 자연인○○’이다.
이날 오프라인 행사에 직접 참여해 보니 각박한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자연인 신드롬’의 열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방송에 출연했던 ‘산속 자연인’ 뿐 아니라 나름 자연인의 길을 걷고 있는 일부 선배 귀농귀촌인, 그리고 자연인을 꿈꾸는 많은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함께 했다. 특히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거나 준비 중인 이들의 표정에서는 자연인에 대한 열망과 소망을 느낄 수 있었다.
비단 이 동호회의 회원 뿐 아니라 5060세대(넓게는 4070세대)라면 ‘나도 자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전원생활을 ‘도시인의 로망’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도시에 사는 한 지인은 “자연인을 다룬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그 자연 속에 나도 함께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자연인이 되기란 결코 녹록지 않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뒤 전원행을 결행해도 애초 그가 꿈꾸어 온 자연인의 삶을 이어가기란 여의치 않다. 환상 속 자연인과 현실 속 자연인의 모습 사이에는 너무나 큰 괴리감이 존재한다.
방송에서 앞 다퉈 소개하는 ‘산속 자연인’이 되기란 더더욱 어렵다. 이들이 산속에 은거하는 주된 이유는 새로운 인생 2막의 희망찬 결정이었다기보다는 대개는 어쩔 수 없는 막다른 선택이었다. (방송에서 보여 지는 것과는 달리) 고독감과 외로움을 극복하고 산속생활을 통해 온전한 힐링과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연인이란 누구인가? 단지 도시를 떠나 산골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가. 필자는 도시를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을 자연인으로 본다. 이는 반드시 가치관의 변화를 수반한다. 즉 돈 명예 권력 등 도시의 가치를 내려놓고 힐링 느림 안식 등 자연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다. 달리 말하면 성공이 아니라 행복을 일구는 삶이요, 그런 사람이다.
현실은 어떤가.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자연인을 꿈꾸고 시골로, 산골로 들어와서는 여전히 도시의 가치를 추구하며 도시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살아가고 있는 게 대다수 귀농귀촌인들의 오늘의 모습이다(물론 필자 역시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도시인들이여. 인생 2막의 행복한 삶을 위해 귀농귀촌을 꿈꾼다면 ‘산속 자연인’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시라. 당신이 시골에 발 딛고 선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대신 자연인이 되고자 했던 초심을 늘 다잡으며 자연의 가치를 추구하시라. 그러면 당신은 진정한 자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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