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 공약으로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내놓으려 했다. 이용섭 더민주 총선정책공약단장은 지난 27일 “세종시에 국회를 전면 이전하고 여의도에는 분원만을 남겨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섭 단장은 “먼저 세종시에 분원을 설치해서 시범운영을 한 뒤 본격적으로 옮기려고 생각한다”며 “상임위원회 회의실, 의원회관 등 국회 기능의 대부분이 세종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지난 3월 19일 대전시당 창당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기면서 비효율적 부분이 제기되고 있는데, 저희들은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선 정부의 옮기지 않은 다른 부처나 국회 분원 이런 설치까지도 필요하다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야당이 앞다퉈 세종시로의 국회 이전을 공약으로 내놓거나 언급을 하는 이유는, 충청권의 인구가 늘어서이기도 하고, 충청권의 유권자들이 ‘스윙보터(swing voter)’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치공학적으론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소한 이번이 처음 내건 공약이어서 충청권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공약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공약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런 주장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인 지난 2012년 7월 당시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협의회 의장을 맡은 강운태 광주시장은 “민주당이 세종시 국회이전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해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세종시 국회 이전 문제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그동안 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기에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공약(空約)이나 주장으로 끝났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런 공약이나 주장의 약발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충청권 유권자들에겐 이미 ‘늑대 소년’이 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표를 생각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 정당이라고 할 때, 새누리당은 이미 야당이 선거 때마다 단골로 주장하는 메뉴이니 더 이상의 약발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바로 다음날 더민주는 슬그머니 국회 분원 설치로 입장을 바꿨다. 표면적인 이유로, 김종인 대표가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지금의 상황을 볼 때 그건 일종의 핑계라는 생각이다. 김종인 대표의 말이 당내에서 그리 위력적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이런 공약을 언급하기 이전에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어떻게 할 지부터 생각했어야 했다. 헌재는 “관습헌법상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고, 수도는 입법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어야 하며 대통령이 활동하는 장소”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 도시가 된 것인데, 여기에 입법부를 옮긴다면, 이는 수도의 개념을 두고 또 한 번의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일단 충청권 표심을 잡고자 공약부터 내놓으려 했다가 슬그머니 축소했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런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고, 이기려고 유권자들에게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건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법리 논쟁부터 다시 시작해 국력을 소모시키는 문제를 또다시 들고 나오는 건 공당으로서 그다지 바람직한 자세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