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여당인 새누리당의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저성장 탈피와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정책 공약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를 들고 나온 데 대해 기획재정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새누리당과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30일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은) 통화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양적완화가 제대로 작동할 지 여부는 한국은행에서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경제는 연초에 상황이 안좋았지만 2월 중순 이후 생산과 수출, 심리 등의 면에서 호전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도 21조원 이상의 재정ㆍ정책금융 조기집행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보완책으로 이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지 (양적완화 등 추가적인 대책을 펼지)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강 선대위원장은 “기준금리를 좀 낮춘 것만으로 돈이 잘 돌고 있느냐”며 ‘한국판 양적완화’를 펼칠 것을 4월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은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로 전환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산업은행의 자금여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은이 산은 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통화정책은 한은의 고유권한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재정ㆍ통화 정책의 ‘폴리시 믹스(policy mix)’ 필요성이 많은 데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공식발언이자 총선공약이라 무시하기도 어렵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재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강 위원장의 발언은 거시상황이 좋지 않으니 ‘폴리시 믹스’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며 “구조개혁 촉진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 거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데에선 인식이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금리정책의 전달경로가 취약하기 때문에 특정부문을 겨냥한(pin-point) 양적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고 유럽중앙은행(ECB)도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한은의 역할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국의 기준금리가 연 1.50%로 제로(0) 또는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ㆍ유럽과 상황이 다른데다, 현재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추진할 경우 물가상승, 원화가치 하락,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 부작용이 많아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많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제로금리에 도달해 금리인하의 경기진작 효과가 사라진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금리인하 여지가 있고 이의 정책적 효과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당장 양적완화보다는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활력을 도모하는 한편, 금융과 재정의 미시정책을 통해 통화팽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 등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외 투자은행(IB)들도 경기활력을 위해 한은이 연내 2차례 정도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신흥국 위기 등 대외불안 지속과 소비와 투자 부진 등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워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한은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그 핵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