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류 등 목돈 소비 줄고화장품·편의점 매출은 급증
집·의류 등 목돈 소비 줄고 화장품·편의점 매출은 급증
30대 미혼 직장인 남성 A씨는 요즘 퇴근 후 필라테스 학원에 들러 운동을 하는 게 취미가 됐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알려진 필라테스지만 운동 효과가 좋아 다소 비싼 학원비도 부담하고 있다. 주변에서 미용에 관심 많은 ‘그루밍족’으로 통하는 그는 피부 관리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각종 화장품을 섭렵한 것은 물론 피부과에서도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는다.
결혼 계획이 없는 A씨는 집을 사는 대신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이어서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 속에 ‘작은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경기도 어렵다 보니 집이나 자동차처럼 목돈이 드는 소비를 포기하고 작더라도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부문의 개인 신용카드 결제규모가 3조4027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부문의 연간 신용카드 지출액은 2010년 2조9214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를 거듭해 지난해 3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의류ㆍ잡화의 감소세와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의류ㆍ직물업체에서 발생한 개인 신용카드 지출액은 2012년 9조2205억원을 정점으로 꺾여 지난해엔 8조619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패션잡화 부문 지출액은 2010년 1조1975억원에서 2015년 1조1187억원으로 소폭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화장품 소비 증가는 이른바 ‘포미족’ 등장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은 포미족들이 고가의 의류나 가방, 구두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으로 ‘작은 사치’를 즐긴 것. 이른가 가성비를 중시하고 있는 것.
포미(FOR ME)란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로 자신이 가치를 두는 상품은 아끼지 않고 구매하는 소비 성향을 가리킨다.
이런 포미족의 성향으로 여행 관련 업종에서의 소비 규모도 커졌다.
항공사 부문의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은 2010년 2조6638억원에서 2015년 3조3583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행사ㆍ렌터카 부문 지출액도 1조42억원에서 1조3361억원으로 늘어났다.포미족이 주도하는 작은 소비는 유통 채널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편의점과 백화점의 판도 변화가 대표적이다.
2010년 편의점의 개인 신용카드 지출액은 1조931억원으로 백화점(1조3107억원)에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편의점 지출규모가 4조825억원으로 백화점(1조4197억원)을 크게 따돌렸다. 편의점이 2011년 1조5825억원, 2012년 2조897억원, 2013년 2조5126억원, 2014년 2조8929억원 등 매년 쑥쑥 성장한 것과 달리 백화점이 제자리 걸음을 한 탓이다.
편리함을 중시하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이 가까운 편의점에서 소비를 해결하기 때문으로, 최근 편의점들이 이들을 겨냥한 도시락ㆍ디저트 등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이 같은 추세를 굳혔다. 여신금융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올 1월 편의점 업종의 카드 승인금액은 8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0억원)보다 무려 3100억원(56.0%) 늘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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