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이번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AI의 무한진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AI 등 첨단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체계적인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넘보는 AI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선 이로 인한 혜택을 기업은 물론 근로자 등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회ㆍ경제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첨단기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충격을 첨단산업 투자 확대의 계기로 삼아야”= 경제전문가들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AI기술의 가능성을 ‘충격적으로’ 확인했으며, 이제 이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와 4차 산업혁명을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글이 6000억원에 알파고를 인수해 이번에 그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는데 한국의 삼성전자가 인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번 바둑대결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있도록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에서도 관련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의 학과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기존 연구소도 첨단산업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연구개발(R&D)투자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AI 산업은 빅데이터를 확보해 알고리즘을 구축하면 순환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쉽지 않다”며 “온 국민이 전체적인 충격을 받은 지금이 관련 산업을 육성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관련 산업은 이미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와 지능형 로봇, 지능형 감시시스템, 지능형 교통제어 시스템 등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스마트 팩토리(무인공장)와 의료, 금융 분야에서도 AI 관련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거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래 최대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상용화 시험단계에서 2025년부터 본격 성장국면에 접어들어 2035년에는 1억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능형 로봇도 세계시장 규모가 연평균 14%의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장우석 연구위원은 “AI 기술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선도적 노력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R&D와 산학연 협력 연구 등 과감한 투자와 이에 대한 정부의 세제 및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또 AI 기술의 테스트베드 조성과 교통제어 시스템 등 공공부문의 인프라를 구축해 관련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체계적인 인재 육성 및 고급인재 유치, 관련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비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진보에 맞춰 노동시장ㆍ교육시스템 바꿔야= AI를 신성장동력화하려면 기존 일자리에 대한 위협 등 첨단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감을 넘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등 혜택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과거 유럽의 산업혁명 초기에도 일자리에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증기기관과 방직기술의 발명 등 산업혁명의 혜택이 신기술을 소유한 기업에 집중되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저임금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등의 발전으로 앞으로 20년 이내에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다보스포럼)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미래에는 5%의 노동력만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 위협은 AI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어떻게 소유하고 활용해 인간의 보편적인 생활향상으로 이끄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혁명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는 사회ㆍ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거부감을 없앨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전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기술진보가 빈부격차 확대의 80%를 설명할 정도로 심대한 영향을 주고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됐다”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AI산업이 성장하고 보편화하면 그 폐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한곳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며 “노동시장 대책과 교육시스템의 변화, 국민들의 사회ㆍ정치의식의 제고 등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교수는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산업화하면 노동구조가 많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새롭게 성장하는 첨단산업으로 노동인력을 돌리거나 직업훈련을 강화함으로써 실업을 줄이고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