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저유가시대에 도리어 호황을 맞고 있는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도 웃음짓고 있지만 향후 불확실한 마진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화학사는 에틸렌 강세에 따라 상반기까지는 비교적 안심할 수 있을 전망이나 정유사는 수익의 키를 쥐고 있는 정제마진이 연초부터 하락하면서 훨씬 긴장된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전망되는 등 화학사의 실적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서 만드는 에틸렌이 공급 부담 완화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진 것이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에틸렌/PE(폴리에틸렌)의 사례를 볼 때, 저유가 상황 하에 공급 타이트에 따른 시황의 변화는 마진의 반등으로 나타났다”며 “수요는 좋았던 적이 많지 않고 여전히 공급발 업 사이클(up-cycle)임을 고려해야 한다”며 NCC(나프타분해시설)의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에틸렌 스프레드(원재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제품과 가격 차)가 상반기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으나 1분기 실적까지는 기대해도 좋을 전망이다. 최근 아시아 정기보수 시즌 진입, 일부 설비 트러블로 인한 아시아 공급차질과 유가반등에 따른 선구매 수요의 증가로 스프레드가 올라간 만큼 이후 2분기부터는 다소 스프레드 조정이 있을 수 있다.

한편 올레핀 계열 대표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외에 아로마틱 계열 고부가가치 제품 중 하나인 PX(파라자일렌) 스프레드가 반등한 것도 긍정적이다. 매달 1일 기준 PX 스프레드는 지난달 톤(t)당 414.23달러로 2014년 8월(455.41달러) 이후 18개월만에 400달러대로 올라섰다.

정유사는 화학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업체별 연간 PX 생산능력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SK종합화학 80만t, SK인천석유화학 133만t, 울산아로마틱스 100만t) 계열이 300만t 이상으로 가장 많다. 이어 에쓰오일 180만t, 한화토탈 177만t, GS칼텍스 135만t, 현대오일뱅크(자회사 현대코스모) 118만t, 롯데케미칼 75만t 등이다.

화학부문의 긍정적인 전망과 달리 정유업계를 최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정제마진의 축소다. 정제마진이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각종 석유제품의 복합판매가격에서 원유비와 정제비를 뺀 것으로 정유사 수익과 직결된다.

일례로 SK㈜는 최근 회사채 발행 투자설명서에서 ‘SK에너지㈜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올해 2월 급락했으며, 향후 정제마진의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투자위험을 고지했다.

정제마진은 계절에 따른 비ㆍ성수기가 있어 1분기에 고점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8.1달러였으나 올해 1분기 평균은 6.8달러로 전망된다. 아직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4~5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대비로도 낮은 수치는 올해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게 한다. 4월 들어 미국 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휘발유 수요는 늘겠지만, 등경유 비수기 돌입에 따른 마진 둔화로 전반적인 정제마진 수준이 둔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수요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는 만큼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수요 증가는 힘들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가동율 상승에 따른 재고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까지 이어진다면 정제마진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