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업이 벌어들인 금액 이상을 배당으로 받아가거나 심지어 적자기업에서 배당금을 챙기는 등 재벌 총수 일가들이 경기침체에도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거액의 배당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총 100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광영토건 순이익은 7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이 회장은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104억원), 동광주택산업(84억원), 부영대부파이낸스(5억원)에서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낸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에게 각각 12억원과 2억원씩을 배당했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정몽익 KCC사장에게 각각 44억원과 40억원을 배당한 효성투자개발과 코리아오토글라스도 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많았다.
총수가 있는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098개 중 아직 작년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420개(38.3%)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총수 일가가 챙긴 배당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계열사의 거액 배당이 상장사 주주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총수 일가가 빼돌린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모기업이 비상장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서 생긴 이익을 (총수 일가가) 챙겼다면 이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제도적 견제장치를 마련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