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디지털시대의 명암…을지로 인쇄골목을 찾아서]
디지털 시대다. 우리 동네 한켠에는
아날로그의 정겨움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을지로 인쇄골목이 그곳이다.
인쇄소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을지로에는
인쇄잉크 대신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디지털로 바뀌면서 인쇄골목 업체의 사세는 줄어들고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안동빈 사장도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물량을 하나라도 더 받아오기 위해선 발로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을지로 인쇄골목의 고향은 장교동 일대였다.
80년대 중반 이 곳이 재개발되면서 인쇄업자들은
지금의 을지로4가에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인쇄업 최전성기 시절,
조합에 가입한 업자의 숫자는 2000여개였다.
현재는 1300여개로 축소됐다.
인쇄업은 여럿 업자들이 모여 하나를 이룬다.
종이 납품업자, 기획사, 인쇄공장, 인쇄물에 비닐코팅을 하는
UV인쇄, 제본업자, 용달 등이 그것이다.
그런 인쇄업도 진화를 거듭했다.
활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자 전자조판이 시작됐다.
워드프로세서가 일반화되면서 이 직업도 서서히
사양길을 걷게 됐다. 뿐만 아니다.
디지털카메라는 슬라이드필름의 색분해를
애초부터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디지털은 인쇄물량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인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상품포장지, 스티커, 청첩장, 달력, 앨범 등. 판촉물은
저가 중국산이 잠식한지 오래다.
디지털에 밀린 아날로그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지 모른다.
디지털 시대의 명암을 렌즈에 담았다.
글ㆍ사진=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