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국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크게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이 일본식 복합불황의 전주곡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이란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세금 등의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로 지출하는 금액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소비지출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누어 백분율로 계산함으로써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가늠할 수 있다.
1일 통계청의 ‘2015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1.9%로 전년(72.9%)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하며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0년의 77.3%에 비해 5년만에 5.4%포인트나 급감한 것이다.
세금과 사회보장성기금 지출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으로 100만원을 남겼다면, 이 중 71만9000원을 소비하는 데 지출하고 나머지 28만1000원은 비축했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비축해둔 금액의 비중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작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7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율은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2.6%)을 크게 밑도는 것이며,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의 1.2% 증가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6만3000원으로 0.5% 늘어 역대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0.2% 줄어들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0.7%를 기록한 반면 명목 소비지출이 0.5% 늘어나 실질 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소비지출이 줄어들고 평균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고령화에 따른 노후대비 등을 위해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이다. 고용사정이 악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이를 저축 등을 통해 비축할 경우, 과거엔 이 자금이 금융기관을 거쳐 기업으로 흘러들어감으로써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기업도 투자보다는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년 전 일본에서도 나타나 ‘저축의 역설’이 유행했다. 일본인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렸지만, 금융기관은 이 자금을 해외의 유망자산에 투자해 일본경제에 오히려 ‘독(毒)’이 됐던 것이다. 그럴수록 일본 기업의 수익성은 더 저하되고, 일본 금융기관들은 가계의 저축금을 해외자산에 더 투자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소비자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불투명한 경제여건과 이로 인한 수출의 지속적인 감소가, 대내적으로는 저출산ㆍ고령화와 눈덩이 가게부채 등으로 소비ㆍ투자심리의 회복을 짓누르고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개혁과 경제운용 시스템의 변화가 없이는 심리개선이 어렵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년째 3만달러대에 정체해 있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