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민 용인시장, 평택서 “송탄 취수장 없애라”… 지자체장 중 첫 원정시위
- 용인서 공장 짓는데 평택시의 승인은 어불성설
- 평택시 “재난 등 대비 비상 급수원…폐쇄여부 신중하게 접근해야”
[헤럴드경제]경기 평택 송탄취수장을 놓고 ‘난공불락(難攻不落ㆍ공격하기 어려워 함락되지 않는다)’을 외치는 평택시와 ‘최성발채(摧城拔寨ㆍ성을 부수고 성채를 뽑아버리다) 함성을 외치는 용인ㆍ안성시가 ‘맞짱’을 떴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머리에 빨간띠를 두르고 지난해 8월31일 용인에서 버스 17대(500명)를 동원, 평택시청 ‘공격’을 감행했다. 시장이 다른 지자체 시청 앞에서 원정시위를 벌인 일은 지자체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들은 “평택시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취수장을 폐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탄 취수장’ 일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를 놓고 벌이는 용인ㆍ안성시와 평택시의 해묵은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송탄 취수장에 대해 용인시는 “이젠 쓸모가 사라진만큼 해제해 주변 용인시 관할구역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평택시는 “재난 등 비상시 급수원으로 필요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택시민 4만여명에게 물을 공급해온 송탄 취수장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1979년 지정됐다. 평택시의 급수 수요량 증가에 따라 진위천 지하수를 취수해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용인시 남사면과 평택시 진위면의 경계지점에 송탄정수장이 설치됐다. 이로 인해 평택시와 용인시, 안성시 등 3859㎢의 면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보호구역계로부터 상류 10㎞까지의 지역이 관련법에 따라 상수원보호를 위한 ‘규제지역’이 됐다.
용인시의 경우 남사·이동면 지역의 총 63.72㎢의 면적이 37년 간 규제지역으로 지역 발전에 발목이 잡혔다. 이는 용인시 전체면적(591.32㎢)의 약 10%로 여의도 면적의 22배에 달하는 규모다.
규제의 주요 골자는 취수지점으로부터 7㎞ 이내는 폐수방류 여부에 관계없이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고, 취수지점으로부터 7㎞지점에서 보호구역계로부터 10㎞구역은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시설에 한해 평택시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제조시설의 신·증설이 제한됨에 따라 토지가치가 하락하고 지역 기업이 용인을 떠나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됐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송탄 취수장이 더 이상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광역상수도망이 갖춰져 팔당에서 끌어온 물만으로도 평택시민들이 충분히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택시는 농업용수 및 비상 급수원으로 필요하다며 송탄 취수장의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용인시민들은 뿔났다. 지난 37년간 규제에 묶여 집 하나 제대로 못 짓고 개발도 못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용인 남사면 주민들은 “피해가 너무 크다. 지난 37년 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지금 남사면의 인구는 고작 7000명 수준이다. 변변한 공장도 없다. 공장을 지으려면 평택시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용인에서 공장을 짓는데 왜 평택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나”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 용인시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용인시가 100만 인구를 눈 앞에 둔 상전벽해의 도시화를 이뤘지만 남사·이동면은 70년대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으로 용인시는 37년 간 산업단지 한 곳을 유치하지 못했다.
민선6기 출범 후에야 산업단지 13개 조성을 확정한 용인시와 달리 평택시는 이미 산업단지 10곳이 이미 조성을 완료한데다 최근 6곳을 더 유치했다. 특히 송탄정수장 인근 진위면 일대에서만 3곳의 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진위천 상류에 위치한 용인시 남사면 일대의 경우 보호구역에서 최대 10㎞까지 공장 설립에 규제를 받지만, 평택시의 경우 하류에 위치해 있다는 지역 특수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용인시는 지난 2004년 남사면 일대에 330만㎡(10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산단 조성계획은 송탄상수원 보호구역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투자의향기업인 ㈜녹십자는 계획을 바꿔 2011년 충북 청원군 오창읍로 이전했다. 평택시에 조성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산업단지의 경우도 용인시가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으나 보호구역이 정한 한계에 봉착해 그대로 평택시에 내어준 경우이다. 평택시는 수질보전을 주된 이유로 보호구역 존치를 주장하지만 보호구역을 벗어나자마자 대형 캠핑장, 물놀이장 등 사계절 시민 유원지를 조성해 행락지로 활용하고 있어 용인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용인ㆍ안성시와 평택시 간의 ‘교전’은 경기도의 중재로 3개 시 상생을 위한 공동연구용역이 지난해 12월 9일 체결되면서 ‘휴전’됐다. 공동 연구는 경기도가 주관하고 용역비는 경기도가 2억4000만원, 3개 시가 1억2000만원씩 분담해 총 6억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가 연구용역결과 이행을 받아들인다고 합의는 했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 전면 해제되지 않을 경우 또다시 ‘물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박정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