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공론화 中 민감한 반응 기업들 컨틴전시 플랜 가동 초비상 수출입 등 한국경제에 절대적 영향력 지정학적 리스크에 금융권 벌써 불안감

“대중(對中),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하라.”

재계에 특명이 떨어졌다. 1992년 수교이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발전해온 한중관계가 군사대립까지 치닫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중국의 저성장으로 수출길이 막혀 있는 경제계에는 핵폭탄격 대중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다.

북핵실험 후 박근혜정부의 초강경 대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배치 기정 사실화 등 일련의 폭풍처럼 치닫는 한반도상황에서 중국이 로켓군 훈련장면까지 공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면서 보복조치가 뒤따를지 모른다는 불안감 앞에 선 재계에 대중리스크 대비는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일부 대기업은 컨틴전시 플랜을 만지작 거리며 혹시 모를 최악의 대중경영 점검에 나섰다. ▶관련기사 3·21면 현재 한반도 상황은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결 국면에 놓이고 있다. 세계최강 미 F-22전투기 4대가 17일 한반도 긴급출동하고 전날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배치를 공식화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중국해안이 삼팔선이 될 것’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군사적 후속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중국이 당장 고강도 경제보복을 취하지는 않겠지만, 중단기적으로 비경제적ㆍ비관세장벽을 활용한 경제제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재계 판단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중국이 경제를 고리로 ’몽니‘를 부릴 경우, 견뎌낼 수 있느냐다. 실제 한국은 지난 2000년 중국과의 ‘마늘분쟁’으로 경제보복의 쓴맛을 본 적이 있다. 경기 불황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그렇잖아도 먹히지 않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태생적으로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는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은 ‘정경분리’ 원칙을 견지해 왔는데, 최악의 경우 이 틀을 깨뜨리고 중국이 군사적 조치는 물론 경제적 압박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불안심리가 급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본격화될지는 불투명하지만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커졌다”며 “글로벌 금융불안과 더불어 중국 외환시장 불안,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 내지 변동성 확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강태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 논의는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고, 금융에 영향에 줄 수 있다”고 했다.

금융발(發) 불안 심리는 재계 물밑으로 이미 번졌다. 다만 재계로선 한국과 중국은 오랫동안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경제적 파트너십은 유지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이 지켜졌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 경제파트너”라며 “정치적 상황 급변에도 기존의 경제 우호 파트너십은 손상되지 않기를 바라고, 그럴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기업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대중 비상경영 계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10대그룹 한 임원은“대중리스크가 새해 메가톤급 화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중경영에 대한 근본 방향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겉으로 드러날만큼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중리스크 점검과 수정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금 중국 경기가 안좋은데도 중국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거나 새 성장모멘텀을 모색해 제품 출시와 마케팅을 원점 수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양국 정치적 관계가 냉각되면 기업들은 급속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중국 내 대규모 투자는 꿈도 못꾸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현재로선 ‘준비태세’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에 투자를 많이 한 기업들(삼성전자ㆍ현대차 등)의 사업방향성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긴박한 위기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꾸리진 않고 있다”며 “중국 시장 진출 초기와 달리 예측가능 시스템은 잘 정돈된 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중관계 악화로 중국이 경제제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적어도 차 업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중국이 수입차에 대해 고관세를 적용하는 탓에 수입물량보다 현지 생산 판매가 메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통과 관광업계의 위기감은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중관계 악화가 장기화될땐 일본의 센카쿠열도때와 비슷하게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센카쿠열도 사태를 보듯이 중국인 대상 관광산업 회복하는데만 수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이런 점이 최대걱정”이라고 했다. 관광숙박업계 관계자는 “냉각과 대립이 심해질 경우,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많은 카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가려던 중국인들의 발길을 막고, 결국 일본이나 태국에 손님을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뭔가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김영상ㆍ유재훈ㆍ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