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할 땐 유연성을 발휘하겠다. 우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홍용표 통일부 장관 취임사, 2015년 3월 16일).”
약 11개월 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이 같은 포부를 내비쳤다. 직전 장관이 “솔직히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라 일침을 논 직후다. 통일부 위상이 급격히 흔들릴 때 홍 장관은 ‘구원등판’했다.
그로부터 11개월. 홍 장관은 ‘구원등판’인가 ‘패전처리’인가. 홍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목전에 두고 사퇴 위기에 직면했고, 통일부는 또다시 흔들린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다. 통일부 존립 이유마저 의문이라며 야당은 연일 홍 장관 사퇴를 요구한다.
국회 위증 논란, 청와대 압박,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등 어느 하나 간단치 않다. 또다시 흔들리는 통일부 위상, 그리고 홍 장관의 위태로운 현주소다.
홍 장관은 취임 때부터 파격 인사란 평이 뒤따랐다. 학자 출신으로 박근혜 대선캠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을 거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지냈다. 지난해 3월 홍 당시 비서관은 차관을 건너뛰고 장관직으로 직행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 기조를 적극 구현시키겠다는 의중이다.
홍 장관이 위기에 봉착한 건 개성공단 폐쇄가 결정적이었다. 주무부처 통일부는 정부의 입을 대변해야 했다. 모든 관심이 홍 장관의 입에 쏠렸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청와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에 따른 조치란 게 정설이다. 결정 과정에서 제재 수위를 두고 청와대와 통일부 간에 입장 차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은 전면 중단이었고, 홍 장관은 청와대의 결정에 총대를 멘 형국이다. 그의 부르튼 입술이 백 마디 말보다 더 가깝게 다가온다. 홍 장관의 심경 말이다.
후폭풍은 거세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연설에서 “통일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고 외교ㆍ안보ㆍ통일ㆍ정보기구를 대대적으로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홍 장관이 개성공단 자금 전용 증거를 두고 “증거가 있다, 없다”를 반복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이 재차 국회 연설에서 “달러 대부분이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마치 증거가 있다는 듯한 ‘단정’이다. 증거가 없다고 했던 홍 장관은 또 입장이 애매해졌다. 국회 위증 논란까지 번졌다.
사퇴 압박를 딛고 홍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부르튼 입술은 아물 수 있을까. 1주년까진 이제 한 달이 남았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