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나이 계산법 현실은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한국인들이 왜 나이 계산할 땐 한두 살 더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 나이는 생일을 무시하고 생년으로만 계산하기 때문에 비정상적이고 불공평한 나이계산법입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는 이처럼 한국식 나이셈법에 대한 불만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해가 바뀌고 ‘나이 한살 또 먹는’ 1월이 되면 유독 더 눈에 띈다. 2월에도 빈도는 약간 줄지만,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청원 운동도 일어나지만 법적으로는 이미 만 나이로 통일이 된 상태다. 국민들이 문화적ㆍ관습적 차원에서 쓰고 있는 것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미비한 법률 용어를 고치는 것을 제외하면 정부 차원의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 스스로 바꾸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누리꾼 A 씨는 “한국인들만 유독 새해가 되면 나이가 올라간다고 착각한다”며 “외국에선 매년 1월 1일이 아니라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가 올라간다. 새해가 됐다고 해서 나이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치는 우리의 독특한 나이셈법 때문에 한국인들은 외국인보다 적게는 한살, 많게는 두살 먼저 나이를 먹게 된다.

이 때문에 “왜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외국인보다 나이를 빨리 먹어야 하나?”, “불공평한 관습은 고치는 것이 정답이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누리꾼 B 씨는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나이에 민감하고 나이 때문에 제약이 많은데 한두살 차이는 정말 크다”고 밝혔다.

단순히 나이 먹는 것이 싫어 늘어놓는 푸념 수준을 넘어 행정적ㆍ법률적으로 나타나는 모순을 지적하는 글들도 올라온다.

누리꾼 C 씨는 “공문서나 보험문서 등에선 만 나이를 적용한다”며 “왜 실생활에선 한국 나이를 적용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D 씨도 “병원 진료내역서나 약 봉지도 모두 만 나이가 기재된다. 만 나이가 개인의 신체상태를 나타내주는 정확한 지표라고 보는 것이다”며 한국식 나이셈법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와 병폐를 지적했다.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를 함께 사용하다보니 외국인들에게 몇 살이라고 설명해야 할 지 난감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온라인 게시판에선 한국식 나이를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을 인정해 태어날 때부터 한살을 인정해주는 우리만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지다.

이처럼 실생활에선 여전히 한국식 나이가 만 나이보다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 법에선 만 나이를 공식적으로 쓰도록 돼 있다. 재판에서 미성년자 여부를 가리는 기준도 만 나이에 기초한다. 따라서 한국 나이를 쓰는 건 엄밀히 보면 법에 어긋난 것이다. 하지만 법보다 오랫동안 내려온 관습이 더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아고라에는 나이셈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줄을 잇는다. A 씨는 “정부가 도로명 주소를 적극 홍보한 것처럼 만 나이 사용 의무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캠페인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대형 로펌에 근무 중인 한 변호사는 “법적 나이는 사실상 만 나이로 모두 통일이 돼 있다”며 “다만 사회적으로 대인관계에서 나이를 계산할 때 이런 법적 나이로 계산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엔 법과 제도를 추가로 손질하기보단 문화 캠페인을 통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미 법적으로 만 나이로 통일이 된 상태에서 특별한 법적 강제 수단은 없어 보인다. 일부 미비한 법률상 용어라도 제대로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민사 전문 변호사는 “2013년 7월 1일 개정된 민법 제4조를 보면 성년의 나이에 대해 이전에는 ‘만 20세’로 표기했던 것에서 ‘만’자가 없는 그냥 ‘19세’로 바뀌었다”며 “법률적으로 나이를 셀 때는 숫자만 쓰여져 있어도 당연히 ‘만’ 나이로 계산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개정안이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법률적으로 만 나이를 쓰는 것으로 다들 동의하고 사용하고 있지만 청소년보호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아직도 ‘만 19세’로 따로 표기하고 있는 만큼, 사소한 부분이지만 법률 용어적으로 통일할 필요성은 남아 있다”고 했다.

김현일ㆍ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