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원하는 대로 해주면 식자재·교보재 가격 상관없다” 과다계상으로 운영비 빼돌려 비정상적 불법운영탓 학부모 부담은 그대로

“가격은 상관없다. 영수증만 내가 원하는대로 끊을 수 있으면 거래하자.”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식자재와 교보재 등 원내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거래하면서 영수증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운영비를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누리과정 지원 이후에 학부모 부담이 줄지 않는 것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비정상적인 운영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서울과 인천의 식자재업체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들이 영수증 과다 계상을 전제로 거래하고 있다.

서울 서남부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쌀과 김치, 야채 등을 공급하는 A식자재 업체 사장은 “B유치원이 보통 100만원어치 물건을 사면서 300만원어치 산 것으로 카드 결제를 하고 남은 200만원은 다시 유치원에 돌려달라고 요청한다”며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원장 입맛에 맞게 결제를 해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학부모와 나랏돈 가지고 저렇게 써도 되나 할 정도로 심하다”고 말했다.

인천의 C 식자재업체 사장은 최근 D유치원과 거래를 트기 위해 개별 단가가 적힌 제품 목록을 원장에게 제시하자 원장은 “제품 가격은 상관 없다. 내가 원하는대로 영수증만 만들어 주고 나머지 금액은 현찰로 다시 갔다주면 된다”고 말한 것. C업체 사장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10곳을 가면 4~5곳은 과다계상하는 영수증 얘기부터 먼저 꺼낸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과다계상 등의 방법으로 유치원 회계를 조작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시내 사립 유치원들을 대상으로 원비 과다 인상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원비를 필요 이상으로 인상한 정황이 파악되면 유치원에 원비 책정 근거를 요구하고,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거나 인상 폭이 과다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정명령을 내려 원비를 원상복귀시킬 방침이다.

이는 교육부가 올해 새학기를 앞두고 전국의 유치원에 원비 인상폭을 지난해 대비 1%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지침을 내려 보낸 데 따른 것이다. 또 일부 유치원의 경우 학부모들이 누리과정비(만 3~5세 공통 무상교육 과정, 방과후 포함 월 29만원) 지원 혜택을 크게 체감하지 못할 만큼 원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도 원비 점검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특히 시교육청이 지난달 초 발표한 사립 유치원 경영실태 감사 결과, 누리과정 지원금이 들어있는 유치원 회계에서 원장이 개인적 용도로 지출하거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재정상 부담을 이유로 편성에 어려움을 겪는 누리과정 지원금이 정작 일부 유치원에서는 ‘눈먼 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누리예산이 향후 사립유치원들에 지원되면 예산 누수를막기 위해 관리·집행 실태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원비 인상폭과 누리 예산 관리 실태 점검은 새 학기 시작 직전인 이달과 오는 7∼8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점검 결과 법령이나 지침을 어긴 사립 유치원은 지급되는 교원 처우개선비를 감액하는 등 재정상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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