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성년후견제 시행 이후 그룹 총수로는 처음 신동주ㆍ동빈 형제간 분쟁의 주요 쟁점, 롯데그룹 촉각 신격호 총괄회장 당사자의 진술능력이 가장 중요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후견인을 지정할 지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첫 심리가 오늘(3일) 오후 4시 서울가정법원 505호에서 열린다.

롯데그룹의 일이지만 고령의 회장과 후계구도를 둔 다른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만한 사안이다. 온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앞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9)씨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오빠의 후견인을 지정해달라”며 신청서를 접수한 지 약 두 달만이다.

신정숙 씨는 후견인으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ㆍ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ㆍ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ㆍ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지목한 바 있다.

이로써 그동안 동주ㆍ동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유무가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며 후견인 지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신동빈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고령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버지를 앞세워 분쟁을 초래하고 있다”며 후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3년 처음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대신 재산관리를 맡기고 법률행위의 대리권ㆍ동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이처럼 국내 굴지의 그룹 총수가 성년후견 대상자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법원이 성년후견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아버지의 뜻’이라며 롯데그룹 후계자 자리를 요구해온 신 전 부회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신 총괄회장도 경영상 결정권을 사실상 잃게 된다.

후견인으로는 신정숙 씨가 지목한 가족 5명 전부가 될 수 있고, 그 일부만 지정될 수 있다. 혹은 가족 이외의 인물이 후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가족 중 일부를 후견인으로 지정했을 경우 다툼이 예상되면 중립적인 변호사 등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진의 감정결과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후견인은 선임되지 않는다. 법원은 후견인 지정여부를 결정하기 전 반드시 신 총괄회장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만큼 신 총괄회장의 진술능력이 법원 결정에 중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 측에 따르면 법원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감정을 하게 된다.

한편, 법원 측은 이날 열리는 첫 재판과 관련해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여서 심리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언론 취재도 전면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도 이날 출석하지 않고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