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표와 막판 당내 개혁안을 놓고 협상했으나 불발된 데 따른 결단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고, 이로 인해 야권 지형은 요동치게 됐다.
안 전 대표가 탈당한 것은 지난해 3월2일 김한길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새정치연합에 들어온 뒤 1년 9개월여만이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야권은 사실상 분당 수순으로 접어들게 됐고, 야권의 정치지도는 크게 바뀔 수 밖에 없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안 전 대표의 탈당 선언문 역시 예전에 탈당을 했던 이들의 화법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가장 절박한 심경의 메시지일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저는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한다. 저는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삶도 나아지지 못했고, 야당조차 기득권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저는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탈당 당위성을 부여했다.
야당에서조차 기득권에서 안주하고 있기에, 자신은 당 밖인 허허벌판으로 나가 단신으로라도 정치세력화를 해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앞장서겠다는 뜻이다.
안 전 대표가 탈당 선언에서 언급한 ‘허허벌판’, ‘기득권 타파’ 등은 수많은 정치인들이 탈당 선언을 할때 썼던 말이다.
이는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한나라당 탈당을 하면서 쓴 ‘시베리아’ 단어와 유사하다.
손 고문은 지난 3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치를 시작하며 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에 입당했다. 그는 민자당 입당 직후 14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15대 총선에서 재선한 그는 1996년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한나라당 소속 3선 의원이 됐고, 2002년 민선 3기 경기도지사가 됐다.
그랬던 그는 2007년 돌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ㆍ박근혜 후보 등과 경쟁을 하며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빅 3’로 꼽혔던 그는 한나라당을 뛰쳐 나왔다. 허허벌판, 춥고 황량한 시베리아로 떠나더라도 새로운 개혁의 밀알이 되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그는 탈당 선언을 통해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저 자신을 깨뜨리며 광야로 나선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며 “한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라고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그가 정치 생명을 걸고 탈당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그의 시베리아론은 두고두고 지금도 회자가 되고 있다.
탈당의 역사는 멀리만은 있지는 않다. 지난 3월 야권의 축 중 하나인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함과 동시에 4ㆍ29보궐선거 광주 서구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천 전 장관은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은 호남의 소외와 낙후에도 불구하고 저항하는 목소리를 듣기 어렵고 선거 때만 표를 달라는 기득권 세력이 됐다”고 했다. 또 “만년 야당에 만족하는 새정치연합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새판을 짜야 한다”며 “호남정치 부활시키고 야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작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큰 정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의 탈당 선언 멘트는 안 전 대표의 ‘기득권 타파론’과 일정 부분 닮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탈당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고, 누군가는 또 황량한 벌판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해득실과 계파가 존재하는 한 탈당과 탈당 선언 멘트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탈당 이후,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성공해 탈당에 대한 당위성과 역사성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안 전 대표 역시 당분간은 추운 시베리아 여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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