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민간영역의 언론과 사립학교까지 규제하는 건 기본권 침해다”

“언론과 교육은 다른 민간영역보다 더 큰 공공성을 띠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위헌여부를 가리는 첫 공개변론이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에선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을 규제 대상에 포함한 것이 적절한 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김영란법은 2012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한 법안으로, 공직자는 물론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및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언론인과 사립학교ㆍ유치원 관계자 등의 변론을 맡은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언론을 공직자와 같이 취급해 제재를 가해선 안 된다”며 “언론이 이 사건 법률의 적용대상이 된다면 취재활동이 위축되고,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기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의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이재환 변호사는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촌지’를 찾아보면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이라고 나온다”며 “뿌리깊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검열하는 내용은 법안에 없으며 다만 취재과정에서 금품수수와 부정청탁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사학 규제와 관련해 청구인 측 법무법인 담소의 김현성 변호사는 “김영란법은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며 “다수 시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것과 무관한 문제로 사학을 규제하는 건 상시적인 통제와 감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 측은 “교육현장에서 촌지가 만연하고 잦은 사학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청구인 측은 시민단체나 민간의료계, 금융계 등 공공성이 큰 다른 민간영역은 제쳐 두고 언론과 사립학교만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 언론보다 훨씬 공공성이 높은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을 대상에서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모두발언이 끝나고 재판관들은 양측에 질문을 하는 식으로 주요 논리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사건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청구인 측에 “공공성이 큰 민간영역 전체를 규제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청구인 측은 “민간영역 자체를 포함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민간영역 규제할 필요가 있으면 별도의 법을 만들어서 제재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권익위는 입법, 행정, 사법에 이어 제4부로 불리는 언론의 특성을 근거로 들며 다른 민간영역보다 공공성이 크고 사회적 책임이 중대해 대상에 포함했음을 재확인했다. 다만 국회의원이 대상에서 제외된 점에 대해선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포함하는 건 지나친 공권력 개입 아닌가”라고 묻자 권익위는 “그건 과거 민주화가 되지 않았을 때의 관점이다. 지금은 민주화 됐고, 공권력을 남용해 언론사나 사학을 압박하는 시대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재판관들의 질문은 상대적으로 권익위 쪽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규제 아니냐”는 안창호 재판관의 질문에 권익위 측은 “언론과 학교 특성상 돈을 주고받을 때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다”며 “우리나라는 혈연ㆍ학연ㆍ지연 등의 연줄 풍토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이 경제적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변론은 세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