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주도한 ‘12ㆍ5 제2차 민중총궐기’에서는 우려했던 쇠파이프와 물대포는 보이지 않았다. 주최측 주장 5만명(경찰 추산 1만4000명)의 시위대가 운집했지만 눈에 띄는 마찰은 없었다. 시위대는 ‘청와대 진격’ 등 무리한 행동을 자제했고, 폴리스 라인을 끝까지 지켰다. 경찰 역시 사전 차벽 등으로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는 유연함이 돋보였다. 대규모 시위라도 얼마든지 평화적으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평화시위’를 이끌어 낸 원동력은 한마디로 따가운 여론의 눈총이다. 수도 서울 한복판이 폭력과 불법으로 얼룩진 지난달 1차 시위를 누구나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마스크와 물안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쇠파이프로 무장한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고 차량을 마구 부수는 무법천지였다. 이런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국민들의 눈길이 고울리 없다. 그들도 시위가 또다시 폭력으로 얼룩진다면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진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집회 참가자 내부에서 조차 반복적인 폭력 시위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여론의 동향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집회는 구시대적 시위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 시위의 목적은 자신의 주장을 일반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이런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신고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알릴 수 있다. 다만 그 전제는 준법이다. 그게 불법과 폭력으로 변질되면 당초 주장의 전달은 고사하고 과잉진압-과격 시위만 되풀이될 뿐이다.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도 당연히 얻지 못하게 된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3차 총궐기’는 평화시위 정착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잦은 시위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 과정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민노총은 지난 주말 2차 시위가 충돌없이 끝난 게 여론의 불리함을 의식한 일시적 후퇴가 아니었음을 거듭 입증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면 국민들도 비로소 귀를 기울일 것이다.

폭력시위를 몰아내고 평화적 집회가 자리잡기 위해선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당은 노선이 다른 집단의 주장이라도 경청하고 가능한 정책에 반영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특히 야당은 시위대의 반정부 투쟁과 포퓰리즘에 올라타려는 얄팍한 꼼수를 버리고,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그래야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의 지긋지긋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