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땅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설립하고, 그 지분 99%를 기부한다고 했으면...?” 가당치도 않은 상상이다. 저커버그가 딸 출산 기념으로 450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세상은 박수를 보냈다. 먼저 서울 아파트 전체를 사고도 남을 법한 엄청난 기부금 규모에 놀라고, 기부를 하는 이유가 무슨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따지고 보면 딸을 가진 것에 대한 기쁨의 선물이다.

그의 기부는 세인들이 생각하는 통념상 ‘부자의 기부’가 아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한국인이었다면...”이라는 발칙한 상상에선 이 모든 현실이 현재(現在)할 수 없는 가상이 된다.

자식이 태어나면 회사 주식을 어떻게 넘겨줄까 먼저 고민을 하는게 한국의 현실이다. 세살배기 아이가 막대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뉴스에 놀라지도 않는 게 한국이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한국어 사전에도 없는 말들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고, 한국의 사회를 단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게 현실이란 얘기다.

생각을 좀 더 넓혀보자. 그의 ‘통큰 기부’와 ‘방식’이 과연 한국에서 가능할 것이냐? 연말연시 각 기업들은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아니 무슨 작전을 방불케 한다. 신제품 출시 작전도 아니다. 단순히 “A기업이 OOO에 100억을 기부한다고 하니 우리는 얼마를 내야 하냐?” “B기업 보다 먼저 내야하는 게 아니냐?” 이런 쓸제 없는(?)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고, 돈을 낭비한다. 한국인 저커버그가 52조원 기부를 약속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뻔하지 않나.

여기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인 저커버그의 실수는 비영리 공익재단을 설립하거나 학원을 세우기 보다는 페이스북 주식으로 유한회사(LLC)를 세워 세상을 돕겠다는 생각이다. 사회를 위해 후학양성에 힘쓰겠다며 학원을 세우고, 이사장을 대물림하는 편법이 난무한 현실에선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게다가 LLC 설립 계획은 조세회피 논란에 중간에서 좌초될 게 뻔하다. 물론 미국인 저커버그에게도 이런 논란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건전한 논쟁이 되고 있다. 조세회피 논란에 오히려 “LLC 운영으로 비영리단체가 할 수 없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나 입법 로비 등 공공정책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투자 등으로 인한 수익은 또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재투자할 수 있다”고 당당한게 미국인 저커버그고, 이를 용납하는 게 미국이다. ‘헬조선’에서 저커버그식 기부가 현실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한회사 설립을 통한 ‘기부=투자’의 방정식도 그렇고, 입법로비도 그렇다.

“다음 세대를 살아갈 모든 이들을 위한 도덕적 책임”에서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고, 단순히 돈을 주고 나 몰라라하는 고리타분한 전통을 버리고, 지속가능한 기부와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한국인 저커버그의 기다림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한국인 저커버그가 필요하다. 그게 우리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최소환의 우리 아이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