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이스라엘 요즈마 그룹이 내년 2월 경기도 판교에 ‘요즈마 캠퍼스’를 개소한다.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벤처 투자를 위해 향후 5년간 1조 펀드를 투자하고, 요즈마 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밑그림을 발표한 이후 가시적인 첫 결과물이다.

요즈마 그룹은 현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 모델이 됐던 벤처캐피털(VC)이다. 1993년 이스라엘에서 출범해 주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을 지속하면서 보안ㆍ통신 등에서 글로벌 기술 기업을 다수 만들어냈다. 요즈마 캠퍼스는 2020년까지 10개의 국내 기업을 단독 또는 해외업체와 협력한 벤처 형태로 나스닥에 상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국내 스타트업 키우기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이갈 에를리히(76) 요즈마 그룹 회장을 최근 만났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벤처 생태계 전반에 대한 철학과 한국 스타트업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밝혔다.

에를리히 회장은 벤처 투자에는 이제 국경이 무의미 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자본의 투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글로벌 시장 경쟁을 하는 현 시점에서는 구시대적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스라엘의 경우, 90년대 초반까지 정부 주도로 벤처에 투자한 금액이 1억달러 정도인데 실제 1억4000만 달러를 회수했다. 이것이 벤처캐피털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지금은 벤처캐피털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 20~30억달러 규모인데 상당부분 이스라엘 자금이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오는 투자금”이라고 말했다. 성공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늘면서 해외 투자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업 M&A(인수ㆍ합병)시장이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에를리히 회장은 “투자 회수 시장이 제대로 구축돼 있어야 벤처 생태계의 안정적인 성장과 투자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M&A 시장은 매우 활발한 축에 속한다. 지난 10년사이 500억 달러 규모 이상의 M&A 시장이 형성됐고 지금은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까지도 참여해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투자를 얼마 받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느 규모로 어떻게 엑싯(EXITㆍ투자회수)이 이뤄지는지가 벤처 시장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회수 시장의 부재가 엔젤캐피털의 투자 확산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증권이나 기술거래소를 통해 원활한 벤처 상장과 M&A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의 개입을 줄여나가면서 민간 투자를 활성화 시킨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를리히 회장은 “M&A를 통해 단순히 기술 사들인다는 생각에 그치면 안된다. 뛰어난 인재가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 되고 싶은가(What do you want to be)’를 먼저 생각하고, 갈수록 더욱 빨라지는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요즈마 캠퍼스에 대해서는 기술 기반의 국내 스타트업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기술을 국내 스타트업에 이전하는 아이디어도 그런 차원에서 시작됐다. 특히 요즈마 캠퍼스에는 요즈마펀드를 비롯해 미국의 360IPㆍ페녹스VCㆍ클리어브룩, 영국의 브라이트스타파트너스 등 5개 벤처캐피털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부터 투자 유치까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에는 초기 단계의 투자는 고위험 투자로 여겨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민간에서도 초기 투자를 적극 참여하고 있고,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면서 “요즈마 캠퍼스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성장 요람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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