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오는 2017년부터 중ㆍ고교생들에게 단일화된 통합 한국사를 가르친다는 정부 구상이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새 단일 교과서 편찬이 10여개월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에서 국정화 반발로 사학계의 집필진 참여 거부가 확산되면서 좌우 균형감각을 갖춘 명품 교과서 편찬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때 교과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70%대까지 치솟았던 근현대사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40%대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근현대사 비중을 30%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정부측 입장과 아이들에게 올바른 근현대사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더 늘려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입장이 팽팽하다. 또 진보교육감이 정부의 ‘올바른 역사교과서’에 맞서 대안교재 발행을 추진중이어서 향후 통합 교과서가 나오더라도 학교현장에서 얼마나 안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잇단 사학계 참여 거부…집필진 구성 난항=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12일 국정 교과서 편찬을 위해 “젊은 학자부터 명망 있는 명예교수까지 노장청을 아우르고, 역사학자 외에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김정배 국편위원장의 당초 의도대로 다양하고 공정한 집필진 구성이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를 필두로 경희대, 고려대, 이대 역사학과 교수들이 집필에 집단 불참 의사를 피력했다. 500여명의 연구자들을 회원으로 둔 한국근현대사학회도 집필 불참을밝히는 등 집필 불참 선언이 대학들과 사학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정파성과 무관한 역사학자들도 자칫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집필진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안양옥 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집필에 참여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학자로서의태도가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일교과서의 신뢰도는 집필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달렸다”면서 “현재로서는 여론의 검증을 무사히 통과한 양질의 집필진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근현대사 비중 논란 확산= 단일 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근현대사 100년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 여부를 가늠하는 제1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단일교과서 필요성의 근거로 검정교과서의 좌편향성 문제를 끊임없이 거론해왔다.

김정배 국편위원장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근현대 약 100년의 역사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이므로 이걸 우리가올바르게 쓰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13년 검정교과서 심사 때 이념 편향성을 문제 삼아 수정명령을 내린내용을 보면 논란이 되는 주제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북한 관련 서술, 한국전쟁 책임, 대한민국 건국일, 이승만·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이중 북한 관련 서술과 한국전쟁 책임은 상대적으로 이론이 적지만, 대한민국 건국일은 역사학자들 간 논란이 첨예한 주제다.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 4월11일을 건국 시기로 판단한다. 그러나 뉴라이트계 등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해방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고 ‘정부수립일’로 의미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갈등의 요소가 큰 주제는 이승만·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이는 지난 2013년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동 때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자유 민주주의의 출발점을 이승만 정권으로 잡고는 박정희 정권을 거쳐 1987년 체제로 연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기술하느냐가 중요하다.

야권과 진보학계에서는 “5·16쿠데타와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단일교과서에서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 비중이 대폭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배 국편위원장도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이념적인 문제가 지나치다면 교과서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진보 학계에서 ‘반쪽짜리 교과서’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단일교과서, 학교 현장 안착 미지수=국가가 발행하는 단일교과서의 성공 여부는 누가 뭐라고 해도 결국에는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달렸다는 것이 일선 역사 교사들의 견해다.

진보교육감들은 단일교과서 발행에 반발, 대안이 되는 인정 교과서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안 교과서가 만들어지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교과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보조교재’나 ‘대안교재’로 사용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법규정이 없다. 보조교재는 현재도 학교에서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단일교과서로 실제 수업을 하는 일선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정치적인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변성호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대안 한국사 교과서 개발 노력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 간에 대안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을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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