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이 빚에 짓눌려 압사당할 위기다.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로 뿜어냈던 돈을 싸게 빌렸지만, 성장이 정체되면서 외화가 빠져나가면서 빚을 갚을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다. 이같은 상황은 또다시 자본유출의 빌미가 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현지시간) 열리는 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앞두고 ‘세계금융안정보고서’를 토대로 신흥국 민간부문의 초과 채무가 3조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을 8일 공개했다.

호세 비냘스 IMF 통화ㆍ자본시장국장은 “세계 경제가 5년 간 저성장을 유지하며 신흥국 시장 민간 기업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와 광물자원 등 원자재 가격의 침체와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공산품 가격 하락으로 전례없는 ‘부채열풍’이 종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이은 신흥국 민간기업들의 도산은 세계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자본이탈과 이에따라 더욱 무거워진 빚부담은 신흥국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올해 개발도상국 민간부문이 빌린 돈은 모두 4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8년 1조7000억달러보다 무려 2.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빚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이는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데서 확인된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올해 개발도상국에서 빠져나간 민간자본은 1조달러였으며 이는 근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신흥국에 투자하거나 빌려준 돈을 회수하고, 신흥국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인 셈이다.

신흥국 경제가 나아지려면 신흥경제권의 엔진인 이른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사정이 나아져야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심각한 상황이다.

FT는 중국은 자산버블과 빚의 과잉으로, 러시아는 저유가와 서방의 경제제재로,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정치기능의 장애로 성장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FT는 중부유럽부터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공업국가들이 성장둔화와 정치적 문제가 겹치면서 자본유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IMF는 중남미 경제성장률이 올해까지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경제의 추락, 에콰도르 경제의 위축, 아르헨티나의 과도한 외환통제와 통화발행 남발 등 왜곡된 정책 등이 그 이유였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