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곧 애플(아이폰)이다. 이런 존재로 거론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다.
그는 아이맥과 아이폰을 디자인한 주역이다. ‘잡스 없는 애플’보다 ‘아이브 없는 애플’을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디자인은 기업경영에서 최상위 위치로 격상됐다. ‘생산 중심(Form follows Function)’에서 ‘마케팅ㆍ기술 중심(Form follows Marketing)’을 거쳐 ‘디자인 중심(Function follows Form)’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해 왔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산업디자이너 아릭 레비는 “디자이너도 좋은 형태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ㆍ영업에 따르는 모든 전략적 고려까지 포함해야 좋은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기업경영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디자인이 중요시되는 ‘DoT(Design of Things) 세상’이 됐다.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지난해 받은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는 “예쁘게 만들었다. 편리성도 고려했다. 환경까지 생각했으면 됐을 줄 알았다. 그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디자이너에게 또 다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며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디자인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재단 측도 지난해부터 지명도보다는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축가를 선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드 디자이너 마르티 귀세는 음식에 정보와 메시지를 담아내는 ‘푸드 디자인’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예컨대 ‘아이 케이크(I-cakes)는 초콜릿, 설탕 등 원료비율에 따라 색깔을 입혀 컬러 자체가 영양 정보를 주게 만들었다.
1993년 굴리는 물통 ‘Q드럼’을 디자인해 아프리카 지역의 식수 운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한스 헨드릭스(Hans Hendrikse)는 디자인을 통해 공공서비스에 기여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오는 11월10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5’에서는 아릭 레비, 반 시게루, 마르티 귀세 등이 직접 전하는 ‘DoT 세상’을 만나볼 수 있다.
김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