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산)=이혜미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탕웨이를 본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입니다. 지난 해엔 영화 ‘황금시대’가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돼 부산을 찾았고, 올해는 ‘세도시 이야기’, ‘화려한 샐러리맨’, ‘몬스터 헌트’까지 무려 세 편의 작품으로 영화제를 방문했습니다. 이번엔 기자회견이 아닌, 한층 가까워진 인터뷰 자리에서 탕웨이를 만날 수 있었죠.
“이렇게 많은 취재진 분들이 저와의 인터뷰를 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연 탕웨이의 눈이 휘둥그레질만 했습니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무려 60여 개 매체가 탕웨이와의 만남을 원했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30분 남짓 시간에 10여 개 매체가 시간을 쪼개쓸 수 밖에 없었죠. 열악한 인터뷰 여건에서도 탕웨이의 소탈하면서도 진정성있는 태도는 아쉬움을 털어내기 충분했습니다.
특히 탕웨이의 다정하고 세심한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간혹 해외 배우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통역사가 자신의 말을 옮기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통역사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배우들이 많습니다. 물론 간간이 취재진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하죠. 탕웨이는 자신의 답변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통역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선이 웬만큼 오래 부딪혀도 피하는 법 없이 그대로 바라보더군요. 그 와중에 통역사가 의자에 걸쳐놓은 겉옷이 바닥에 떨어질 것처럼 보이자, 한창 답변을 이어가면서도 통역사의 옷을 챙기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탕웨이는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열정적인 태도로 달변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세도시 이야기’는 성룡 부모님의 러브스토리를 모티브로 한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 그 후일담을 탕웨이를 통해 들을 수 있었죠. 성룡이 어시스턴트와 단둘이 ‘세도시 이야기’를 보면서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90% 이상이 성룡 부모님의 실화에 기반한 것이라고 하니 감회가 남달랐겠죠. 탕웨이는 “이후 성룡을 만났는데 나를 보자마자 ‘엄마’라고 부르길래, 놀라서 뒤로 10m는 도망갔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탕웨이는 극 중 성룡의 어머니가 모델인 인물을 연기했죠.
이어 탕웨이는 “세대를 초월해 그 시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면 반드시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사랑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에 감동적인 사랑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국경을 초월해 화제를 모은 탕웨이의 낭만적인 러브스토리가 겹쳐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탕웨이는 중국의 여러 거장 감독은 물론, 할리우드의 흥행 감독 마이클 만과도 작업한 명실공히 ‘월드스타’입니다. 그럼에도 “배우라는 직업은 감독님 손에 있는 재료이고, 어떤 누구에게 발견되지 않아서 쓰여지지 않을 때에도 누구에게나 좋은 재료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아끼고 관리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또, “부산에 올 때마다 제게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것에 감동을 느낀다”고 한국 팬들의 애정에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해외 각지를 돌아다니며 촬영하느라 남편(김태용 감독)과 집에서 머무를 시간도 없을 정도라고 하니, “최근엔 걸음을 한 템포 늦춰보자 생각했다”는 그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작품을 통해 탕웨이를 자주 보고 싶은 것이 팬들 마음이겠지만, 개인적인 삶에서도 행복과 여유를 느끼며 재충전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은 배우를 더 자주, 더 오래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길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