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중국인들의 뭉칫돈이 미술품과 채권, 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증시 폭락과 뒤이은 정부의 강력한 거래규제를 피해서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되야할 자본시장이 ‘자본’의 외면을 받으면서 금융시장이 뒤틀리게 돼 중국 경제에 또다른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증시의 일평균 거래량이 증시가 최고점에 달했던 지난 6월 대비 70%나 급감했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올 들어 2배나 급등했던 지수가 정부의 부양에도 불구하고 무려 40%나 빠진 데다, 당국이 매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잇따라 시행한 탓이다. 주식을 사는 것은 자유지만, 파는 것은 규제를 받다보니 투자자들이 아예 시장을 떠난 것이다.

中 기업들 돈맥경화… 투자자들 미술품, 채권, 부동산으로

지난 국경절 기간 홍콩 미술품 경매시장은 수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홍콩 소더비경매의 지난주 가을 미술품 경매의 총 낙찰가는 모두 3억4200만달러로 사전 경매예상가보다 16% 더 많았다. 한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은 1760만달러에 낙찰되며 중국 왕조 초상화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렸다. 다른 경매사인 홍콩 폴리경매의 가을 경매 총 낙찰가는 9억 홍콩달러로 지난해 가을보다 10% 올랐다.

주요 도시의 부동산 매매도 활발했다. 지방 중소도시 부동산은 공급과잉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8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 전역의 집값은 0.3% 올랐고 전년대비 1.3% 상승했다. 홍콩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선전 집값은 26.4% 뛰었고, 상하이는 6.5%가 각각 올랐다.

상하이 저위안부동산의 마지안웨이는 WSJ에 “주식보다 부동산이 더 안전하다는 강한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상하이 온라인 자산관리상품 시장인 하우바이에 따르면 지난달 채권상품 판매는 전달인 8월과 비교해 50%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판매는 50% 감소했다.

中 기업들 돈맥경화… 투자자들 미술품, 채권, 부동산으로

보험상품 판매도 늘었다. 일례로 상하이생명보험의 경우 일일 평균 자금유입액이 6000만위안에 이르며 전체 자산은 지난해 5월 말 40억위안에서 90억위안으로 증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증시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기업들은 사실상 국영인 금융기관들로부터의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중국 상업은행들이 매입한 채권은 1조6000억위안으로 1~5월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3배 많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다 강한 매수세까지 겹치면서 5년물 ‘AA+’ 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은 5.6%에서 4.53%로 급락했다.

상하이생명보험은 주식시장 붕괴 이후 자산의 절반에 달하던 주식투자비율을 10%까지 줄이고, 대신 5% 미만이던 채권투자비율은 20%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