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병원에서 타인 명의로 처방을 받거나, 아예 처방전 없이 약을 구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하는 등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의 불법 투약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각성분이 든 수면 유도제 졸피뎀은 중독성이 강한데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한 번에 최대 28정까지만 처방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약품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마약류 의약품인 졸피뎀을 상습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우모(38)씨와 우씨의 여자친구 이모(3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우씨 커플에게 불법으로 졸피뎀을 대량 처방한 병원장 박모(54)씨와 이들이 병원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임모(37)씨도 함께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우씨는 2013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노원구 A 병원에서 32차례 졸피뎀 960정을 처방받아 약국에서 구입해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같은 기간 26차례 졸피뎀 780정을 처방받아 투약한 혐의다.

졸피뎀은 중독성이 강하고, 많이 복용하면 환각 증세가 나타나 한 번에 최대 28정까지 처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스템에 처방 내용을 등록하게 하고, 특정 환자가 졸피뎀을 자주 처방하면 ‘중복처방’이라는 메시지를 띄워 관리하고 있다.

우씨 커플은 이런 규제를 피하려고 임씨로부터 10여명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얻어 하루에 60정 이상의 졸피뎀을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박씨는 이들이 타인 명의로 졸피뎀을 처방받는 것을 묵인하고 이들에게 한도 이상의 졸피뎀을 처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같은 수법으로 마약을 구매하는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아예 처방전 없이 줄피뎀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불법 인터넷 판매 사이트까지 활개치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구매자로 가장해 한 인터넷 사이트 상담원과 채팅 상담을 시도하자, 50정∼100정짜리 졸피뎀을 수십만원에 처방전 없이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주문 뒤 계좌번호로 송금하면 7∼10일 후에 집으로 약을 배송해준다고 했다.

상담원은 법에 걸릴 염려가 없느냐는 질문에 “미국에서 직배송하는 것이다. 걸릴 일 없다”라며 회유했고, 불법이 아니냐고 재차 질문하자 “미국에서 처방 후 배송하는 것이다. 문제되는 일 없다”고 응답했다.

이 사이트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실제 돈을 받고 약을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사이트일 수 있지만 돈만 가로채는 사이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