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관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우리측이 제안한 이산가족 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청와대와 국방위원회 사이의 채널인 고위급접촉을 놓고 남북이 수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남북 모두 대화의 실마리는 살려두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7일 “북측에 적십자 실무접촉 재고를 촉구했으니 일단 추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화가 단절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도 전날 적십자 실무접촉를 거부하긴 했지만, “현 남북관계로 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같은 중대한 인도적 문제들은 남북 적십자간 협의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며 다른 형식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독수리연습은 다음달 18일까지 진행되지만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가 6일로 종료됐다는 점도 남북 간 대화재개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대목이다.

연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대며 무력시위를 펼치던 북한도 지난 4일 300㎜ 신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4발을 끝으로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발사에 대해 도발이 아닌 자위적 행동이라고 주장한 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2월21일부터 3월4일까지 정상적인 훈련계획에 따라 로켓발사 훈련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는 점을 들어 추가 발사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선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각각 직보가 가능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에게로 쏠린다. 북한은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고위급접촉에 대한 의중을 내비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역시 국방위와의 채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지난 6일 북한의 대북 전단살포 문제제기에 대한 답신에서 민간단체의 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거치지 않고 이산상봉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청와대와 국방위 간 ‘핫라인’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 대북전문가는 “우리로서는 점진적 신뢰구축 차원에서 이산상봉을 한번 더 하는 게 좋겠지만 5·24 대북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를 원하는 북한의 입장을 무시하고 갈 순 없다”며 “적절한 시점에 이 같은 내용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고위급접촉을 우리가 먼저 제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