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정규(수원)기자]새집을 장만한 A씨(36ㆍ여)는 입주를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입주자 사전점검때 들뜬 마음으로 새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눈을 뜰수가 없었다. 아이 눈은 빨개지고 눈물을 흘린다. 숨이 막힌다. 매케한 냄새에 놀란 아이는 빨리 나가자고 재촉한다. A씨는 아이 아토피 걱정에 전세를 주기로 결정했다. 냄새 빠진 2년 뒤 쯤 입주할 계획이다.

새집증후군은 말그대로 새로 지은 집 실내공기가 오염되면서 발병한다. 주로 실내 건축자재 속에 포함된 폼알데하이드ㆍ톨루엔과 같은 발암물질과 라돈 등 오염 물질들이 공기중으로 배출되면서 발생한다. 이 오염 물질은 천식등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같은 피부병 등을 유발한다.

A씨는 “60~70년대 산업화 상징인 공장 폐수와 굴뚝 오염에 대한 단속보다는 이제는 환경정책이 생활 환경 정책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새집증후군을 없앨수 있는 정책에 골몰하기보다는 이미 아토피 환자가 돼버린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토피센터같은 것을 지어놓고 치적으로 쌓는것 같아 아쉽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경기 남부 10개 시·군에 입주 예정인 30개 신축 공동주택 가운데 7개 아파트를 선정해 올 상반기 안산, 수원, 평택 소재 3개 아파트에 대한 실내공기질 검사를 마쳤다고 4일 밝혔다.

검사결과 안산 D아파트는 부적합, 수원A, 평택 E아파트는 적합으로 나왔다. 수원과 평택 등 2곳은 적합판정이었지만 부적합 수치에 육박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연구부 연구원은 7명에 불과하다. 서울시에 비해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내 공기질 검사만 담당하는게 아니다. 경기도내 31개 시 군의 모든 대기 오염 현장을 방문 조사해야한다. 공문을 지자체에 보내는 과정에서 잦은 인사이동으로 실내공기질 기준 조차 모르는 지자체 공무원도 있어 규정을 다시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검사 방식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시공사에서 민간 용역 회사에 의뢰해 미리 며칠동안 문을 활짝 열어둔채로 환기시키고, 문을 연채로 형식적인 실내 대기질 검사를 받아 게시판에 ‘적합’이라고 붙힐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시료채취 과정에도 입주자는 없었다.

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시료채취는 해당 시 공무원과 함께 봉인·봉함(30분 이상 환기 후 5시간 밀폐) 후 입주민 대표, 관리사무소의 입회 아래 진행되도록 돼있다. 하지만 입주민 대표나 입주민은 없었다. 실내공기질 검사는 입주 60일∼입주 3일전에 실시한 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게시판 등에 게시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입주전이어서 예비 입주민이나 입주민 대표를 섭외하기가 어렵다.이에따라 관리사무소 직원, 공무원, 연구원 3명 정도가 조사에 참여한다. 조사 결과는 해당 지자체에 통보한다.

도 보건환경연구원 이상화팀장은 ”보통 시공사에서 용역을 맺은 민간용역회사가 검사를 진행하고있고 사실상 부적합 판정이 나오더라도 문제 없도록 재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미입주로 검사 과정을 철저히 지켜보지 못한 입주민들은 이같은 조사 방법을 잘 알 수 없게 돼있다”고 했다.

이번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안산 D아파트도 해당 지자체가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재 검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보건환경연구원은 밝혔다.

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실내공기질 검사를 실시해 부적합 판정을 내려도 행정처벌 규정도 없다.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기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경기도내 31개 지자체에서 단 한 건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한적은 없는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폐단을 근본적으로 간파한 서울 서초구ㆍ성북구ㆍ강동구 등 3개 구는 지난 2011년부터 새집증후군을 없애기 위해 기능성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청정주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와 아토피 등 새집증후군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환경부 ‘권장’ 기준보다 훨씬 강화된 자체 기준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들 3개구는 청정주택 가이드 라인에 에너지절약 설계 기준과 녹색건축물 인증기준 건축 심의에 반영하고 있다.

서울시도 신축하는 500세대 이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새집증후군을 줄이기 위해 기능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 하는 조례를 추진중이다. 하지만 신축아파트가 전국 최고 규모로 건설되고있는 경기도는 아직 이러한 대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