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돼지고기ㆍ술 없이는 장사가 안 된다’라는 속설처럼 획일적인 한국 먹거리 문화.
최근에는 웰빙 열풍과 더불어 먹거리 다양화가 이뤄지고 다문화도 진행되며 종교나 가치관을 이유로 먹거리를 조절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것을 선택할 수 있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특히 국내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면서 ‘할랄’ 음식에 대한 수요는 높아졌지만 공급은 아직도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랍어로 ‘허용된 음식’을 뜻하는 할랄은 이들 종교 율법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도살된 육류, 해산물, 과일이나 채소 등을 원료로 한 식품을 말한다.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도축법 등에 친환경 식품으로 떠올라 점차 인기를 몰아가고 있지만, 국내 거주 무슬림 20만명과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70~80만 무슬림 관광객들에게 할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다. 이들은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할랄만을 먹는다.
파키스탄 관광객 무하마드 아미르(25) 씨는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할랄 음식점 몇곳에서만 주로 밥을 먹는다. 아미르 씨는 “일반 식당에서도 ‘할랄이냐’라고 반드시 물어보지만 ‘할랄이 뭐냐’는 반응이 가장 많다”면서 “다른 나라들에선 할랄 식재료를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할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에 온 만큼 한국 음식도 먹어보고 싶은데 할랄이 아니라서 먹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할랄을 찾기도 어렵지만, 할랄이라고 해도 ‘진짜 할랄’ 음식인지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믿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의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은 전국에 다섯 곳 뿐. 이외에는 거의 ‘셀프 할랄’이다. 식당 주인이 양심에 따라 ‘할랄이다’라고 써붙이면 할랄 식당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년부터 ‘무슬림 친화식당 등급제도’를 실시하고 5단계로 식당을 구분하도록 할 예정이지만 기준은 아직 모호한 상태다.
KMF 할랄인증 식당 중 한 곳인 ‘이드(Eid)’의 대표이자 그 자신도 무슬림인 유현우(26) 씨는 “5단계 중 ‘자가 인증’이 있는데 이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전적으로 식당 주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데 그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잘못하면 무슬림을 기만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부산에서는 일반 축산농가에서 납품받은 육류를 할랄 인증제품이라 속이고 전국 이슬람 사원에 유통하고 판매한 일당이 붙잡혔다. 또 일반 라면에 가짜 할랄마크를 붙여 판 일당도 함께 검거됐다.
이처럼 소홀한 할랄 관리로 한국에 대한 신뢰 또한 동반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꼭 할랄이 아니더라도 불교나 기독교 신자 등 술을 마시지 않는 종교인이나 채식주의자들의 고충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 사회가 되어간다고 하고 이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기반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게다가 여러 문화들이 시장 수요 중심으로 재편돼 지나치게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수요자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해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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