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합병 통과’ 이후 두 회사의 주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인들의 ‘외면’ 속에서도 충실히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다. 해외에선 “삼성의 승리는 한국의 패배”라며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통과된 지난 17일 이후 외국인과 기관들은 두 종목을 대거 내다팔았다. 삼성물산은 지난 20일에는 3.38%, 지난 17일에는 10.39% 각각 떨어졌다. 제일모직도 20일과 17일에 각각 2.23%와 7.73% 떨어졌다. 외국인은 최근 2거래일간 삼성물산을 220만주, 1401억원어치, 제일모직은 24만주, 44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각각 115만주, 723억원어치, 31만주, 58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삼성물산 보유 비중도 낮아졌다. 지난 16일 33.23%였던 삼성물산에 대한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일 기준 31.85%로 떨어졌다. 제일모직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3.29%에서 3.11%로 소폭 낮아졌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놨던 ‘합병 통과되면 주가가 오른다’던 전망도 헛말이 돼버렸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지난 12일 ‘합병이 무산되면 두 회사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리포트를 내놨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이같은 전망과는 달리 합병 후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21일 개장 초반 보합세를 기록 중이지만 이틀간의 낙폭을 만회하기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증권사들은 이슈 소멸에 따른 단기 하락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합병 삼성물산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며 “합병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기업으로서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해외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국 한국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드러난 사안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19일 블룸버그의 유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외국계 기관들이 한국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 흐름을 지난해 9월 진행된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매입 당시와 비교하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부지 입찰에 10조원을 내놓으면서 너무 비싸게 샀다,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입찰 당일 현대차 주가는 9%넘게 폭락했고, 이후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 보유 비중도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현대차의외국인 보유 비중은 44.77%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대내외 악재까지 겹쳤다. 엔저 공습과 국내 및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 등까지 겹치면서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3만원도 이달초 무너졌다. 이는 외국계 자본의 한국식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과 함께 실적 악화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포스코 주가도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사업을 과도하게 확장하면서 재무적 부실이 이어졌고, 결국 검찰 수사라는 대형 악재와, 연이은 사업정리 및 고강도 구조조정 발표에도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가 이어지면서 향후 앞날도 밝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의미 있게 개선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