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부행장 출신 CFO로 파견…조단위 손실 몰랐다면 어불성설 올 ‘사장 돌려막기’등 입김 행사…일각선 ‘자회사 100개 재벌’비난

조선업계에는 “한국 최대 조선업체는 산업은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산은은 글로벌 빅3 중 한곳인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3곳을 관리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 중이고 대한조선은 법정관리 중이다. 최근 산은이 관리 중인 대우조선이 3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다. 책임소재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와중에 15년째 대우조선을 관리 중인 산은의 책임이 가볍지않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임원수ㆍ실적목표치 관리하던 산은 “부실회계는 몰라”=대우조선의 조단위 손실은 설계 능력이 없는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시장의 시선은 대우조선의 부실회계 은폐 여부에 쏠린다. 산업은행은 지난주에서야 대우조선으로부터 손실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2000년부터 대주주로 대우조선을 맡았던 산은은 부행장 출신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파견하고 있다. 산은은 그동안 대우조선의 살림살이를 세세하게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매년초 대우조선의 상무와 전무 등 임원수를 몇명선에서 유지할지도 하나하나 지시해줬다. 산은은 대우조선과 경영성과에 대한 MOU를 맺고 한해 매출과 영업이익, 절감목표 등을 일일이 점수화해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조단위 손실을 대주주 몰래 감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채권단 관리를 받았던 한 기업 임원은 “채권단이 숫자 하나하나 챙기는 상황에서 회계를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경영진이 공모해 채권단을 속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산은 출신의 대우조선 CFO들이 영업이익과 현금 흐름이 반대로 가면서 유동성도 악화되는 경영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면 이는 일종의 직무유기란 지적이다.

▶끊임없는 인사와 경영개입=올초 조선업계는 산은의 ‘사장돌려막기’로 어수선했다. 대우조선 신임사장 선임을 둘러싼 산은의 선택은 자회사 사장들의 연쇄이동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내홍은 극심했고 수주실적은 급격히 하강했다. 정상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던 STX조선은 사장이 갑자기 교체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영진의 정치권 줄대기와 청와대, 금융당국의 인사개입으로 사기업들이 휘청이게 된 것이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경영에도 많이 개입했다. 최근 산은은 STX프랑스를 매각하는데 난항을 겪자 대우조선에 살 것을 줄기차게 권유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산은의 부실채권을 가진 삼우중공업과 대한조선을 떠맡으면서 대우조선의 부실을 크게 키웠다고 주장했다. STX조선도 2013년 4월 자율협약 진행 이후 별 성과가 없다. 구조조정 속도는 늦어지고 관치 시비, 로비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대우건설, STX조선 손실은폐 선례= 산은이 15%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는 100개를 웃돈다. 최대 자산을 보유한 대규모기업집단(그룹) 삼성(67개)은 물론 최다 계열사를 거느린 SK(82개)보다 자회사가 더 많다. 산은은 숨은재벌이란 얘기도 나온다. 어떤 재벌그룹보다도 계열사가 많은만큼 제대로 관리했냐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산은 산하 자회사들이 손실을 은폐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산은이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을 알고도 STX조선에 2700억원 가량 대출해줬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있다. 산은이 최대주주인 대우건설도 지난 6월 4000억원대 분식회계로 금융당국의 감리를 받고 있다. 산은이 거느린 회사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산은의 관리능력도 의심된다는게 업계 우려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