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지드래곤 ‘피스마이너스’전으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렀던 서울시립미술관.
아이돌 가수를 앞세워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을 찾겠다는 미술관의 의도가 ‘대중’이라고 통칭되는 일반 관람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지금 찾긴 어렵지만, 화려한 전시장 한쪽 귀퉁이에 소리 소문없이(?) 펼쳐놓은 또 다른 전시만큼은 ‘접점찾기’의 순수한 의도가 엿보인다. 적어도,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이 전시는 대중적인 공감대 형성이 조금 쉬울지도 모르겠다.
지난 6월 30일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3층 프로젝트갤러리에 문을 연 ‘서브컬처 : 성난 젊음’전은 1990년대 중반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브컬처, 인디문화를 조명하는 전시다.
지드래곤이나 홍대 인디씬이나 각각 의미있는 대중문화 현상이지만, 전자는 기획됐다는 점에서, 후자는 자생했다는 점에서 그 뿌리가 다르다. 미술관이 들여 놓은 두 개의 대중문화 현상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유의미하게 볼 것인가는 관람객의 몫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한 시대를 공유했던 많은 이들의 치장하지 않은 민낯과 더 닮아 있는 건 사실이다.
전시는 ‘홍대 앞이라는 공간의 문화적 정체성과 이에 대응하는 제도의 변화까지 다양한 층위의 문화 지형도를 엮어낸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크게 3단계로 전시를 진행하는데, 박형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워네이션’을 먼저 선보였다. 14일에는 작가 팀 ‘옵티컬레이스(김형재, 박재현)’가 홍대의 시대별 변화상을 데이터로 정리한 결과물이 인포그래픽 형태로 벽면에 설치됐다. 28일 이후에는 이동연, 임동근, 심보선 등 문화 연구자들이 라운드 테이블에 모여 토론의 장을 연다.
45분짜리 영상물 ‘아워네이션’에는 한경록(크라잉넛), 차승우(모노톤즈), 회기동 단편선, 고건혁(붕가붕가 대표), 김민규(일렉트로닉 뮤즈 대표), 김작가(음악평론가), 김영등(클럽 빵 대표), 김학선(음악 평론가), 박정용(벨로주 대표), 이응민(파스텔뮤직 대표) 씨가 출연, 인터뷰 형식으로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홍대문화를 증언했다.
지금은 프랜차이즈 카페, 음식점에 SPA 의류 브랜드까지 들어섰지만, 그 때의 홍대 앞은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할 수 없었던 많은 ‘애’들의 배설물을 문화적인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공간이었다. 특히 홍대 앞 음악이 그랬다. 명월관, 마트마타 같은 클럽에서는 새로운 테크노 음악을, 길거리에서는 록밴드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2015년, 홍대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홍대인’들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인디 레이블 헬리콥터레코드의 대표인 박다함 씨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시 두번째 스텝으로 선보인 옵티컬레이스의 인포그래픽에는 홍대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들이 배치돼 있는데, 박다함씨의 수집품들이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음악을 듣기 위해 인천에서 홍대까지 수도권전철 1호선을 타고 2시간이 넘는 여정을 반복했다. ‘죽돌이’를 자처하던 홍대 인디씬의 소비자는 이제 생산자가 됐다. 그리고 그가 키운 ‘밴드 404’의 입을 통해 음악하는 홍대인들의 오늘을 말한다. ‘혼자, 노트북으로, 댄스뮤직을, 취미로 한다’.
임대료가 비싸 작업실을 구하기 힘든 홍대 인근에서 밴드라는 집단의 형태로 음악을 하기 힘든 현실을 짧지만 강력한 한 줄로 표현했다. 함께가 아닌 혼자, 악기가 아닌 노트북으로, 록이나 펑크가 아닌 댄스 음악을, 직업이 아닌 취미로 한다는 것.
인포그래픽은 서태지, 신해철, 윤상, SM, YG, ,JYP, TV오디션, 주요사건, 인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국힙(한국힙합) 등으로 카데고리를 나눠 1952년부터 2015년까지의 역사를 기록했다. 1952년생인 SM의 이수만 프로듀서부터 시작점을 잡았다. 국힙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 재밌다. 힙합 마니아라면,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있기까지 국힙의 발전사를 들여다 볼 만하다.
인포그래픽에 의하면 1985년 이태원 문나이트가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면서부터 국힙의 장이 열렸고, 1987년 ‘시커먼스’가 그 시작을 알렸다. 시커먼스는 개그프로그램 ‘쇼 비디오자키’에서 개그맨 이봉원, 장두석이 흑인 분장을 하고 나왔던 코너의 이름이자 이들 듀오의 이름이다. 이후 홍서범의 ‘김삿갓(1989)’이 뒤를 이었다.
전시장은 단칸방에 세 들어온 듯 단촐하다. 그러나 전시장을 채우고 또 앞으로 채울 내용(라운드 테이블)들은 책으로 펼쳐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을만큼 흥미롭다. 아니나 다를까 미술관 측은 전시의 결과물을 종합해 도록 형태의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