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님.
장관급 자리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내정을 먼저 축하드립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삼권분립’이라는 단어는 중학생 시절 중간고사에 단골로 나왔습니다. 빨간펜으로 밑줄도 긋고, 형광펜으로 칠도 하며 외웠지요. 영국 사람 로크도, 프랑스 사람 몽테스키외도 삼권분립이 참 중요하다고 외쳤다며 중학생인 저를 괴롭혔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법원장께서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인권위원장으로 가시는 것을 보면서 뭔가 혼란스럽습니다. 인사교류인가? 지금 제가 관리하고 있는 엑셀 파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에 걸려있는 대통령, 행정부 관련 재판들이 있습니다.
명예훼손 관련해 대통령을 증인으로 요청해 달라는 피고인이 있는 사건도, 청와대 비서관이 엮여있는 사건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21일만 해도, 박지만 씨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야 하고 행정부 사건의 속행이 이어집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를 살펴볼까요. 대한민국을 피고로 해서 국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 역시 매일 같이 진행중입니다.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사건도 있습니다. 유신 시절 고문 수사로 피해를 봤으니 그 손해를 배상해 달라는 사건도 보입니다.
법원장께서 가시는 길 걸음걸음 즈려 밟도록 꽃이라도 뿌려드리지는 못할 망정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켜본 온 나라 판사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서류를 살피고 또 살핍니다. 그 누구도 억울한 부분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죠. 사법부의 독립과,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그리고 판사들의 노고 끝에 행정부 관련 재판 결과가 앞으로 나올 때, 국민들은 이 법원장의 얼굴이 떠오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축하는 드리지만, 답을 꼭 듣고 싶네요. 초등학생 제 조카도 참 궁금해 하는군요. 기회가 닿는다면, 초대 이승만 대통령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지켜냈던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팜플렛이라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로비에 있는 바로 그 팜플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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