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한국거래소가 통합 10년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구조적으로는 지주사로의 전환이 핵심이고, 목표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다. 코스피와 코스닥 파생상품 시장 간 경쟁은 촉진된다. 보다 경쟁력있는 거래소가 만들어져야 돈이 빠르게 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본 것이다. 장기 과제로 묶여있던 거래소 상장(IPO)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10년만의 거래소 ‘대수술’= 2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거래소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지주(가칭)’를 설립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파생상품 시장을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다. 금융위는 그간 시장을 독점한 것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고 상장 서비스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거래소가 통합된 이후 10년만의 대대적인 한국거래소 구조 개편이다. 논란이 됐던 ‘코스닥 분리’ 사안은 없던 것이 됐다. 대신 지주사 체제로 바뀐 후 코스닥 시장은 중소ㆍ벤처사와 성장형 기술형 기업을 위한 또 하나의 ‘메인 시장(main board)’으로 성장하게 된다. 코스피 시장 입성 전 단계가 코스닥 시장이라는 ‘1부ㆍ2부’개념이 아니라 각각이 메인 시장이 되는 셈이다. 코스닥 상장 문턱은 낮아질 전망이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코스닥은 상장 기능이 보완될 것이다. 기준이 낮춰진다고 볼 수 있다. 구체안은 거래소가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거래시스템(ATS)과 장외시장 활성화 방안도 추진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ATS에서 매매체결 점유율은 30%에 이르고 있지만, 한국에는 ATS가 하나도 없는 상태다. 이웃 일본 역시 ATS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7.5%를 기록한 바 있다. 공적기능을 담당하던 기관들은 지주사 밖에 위치하게 된다. 시장 감시 역할을 담당하는 시장감시위원회는 시장감시법인이 설립되면서 지주사로부터 독립돼 운영된다. 예탁결제원 역시 예탁결제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지분을 매각해 단계적으로 거래소로부터 분리된다. 김 국장은 “시장감시 기능은 시장감시 법인을 통해 통합 수행된다. 예탁원은 공공인프라인 점을 감안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된다. 거래소가 관장하던 장내 청산기능도 장외 파생청산소(CCP)와 통합해 전문화된 청산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상장 ‘가시권’= 거래소와 증권사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거래소 상장’도 가시권 내에 들어오게 됐다. 이르면 오는 2017년께에는 거래소 상장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김 국장은 “거래소의 공공기관적 성격을 탈피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경쟁을 하기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식은 ‘한국거래소지주’ 상장이 우선 고려된다. 지주사가 상장하므로써 자회사도 사실상 상장회사가 되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 시점에 대해 금융위 측은 내년께로 전망하고 있고, 거래소 상장 시기는 그 이후인 2017년께가 현재로선 유력하다. 문제도 있다. 상장을 하게 될 경우 증권사들이 막대한 이득을 거둬가게 되는 것이다. 현재 거래소 지분은 각 증권사들이 5% 미만의 지분을 각각 나눠가지고 있다. NH투자증권 등은 합병 때문에 일시적으로 5%를 넘는 거래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거래소가 5% 초과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측은 “상장 차익 일부는 그간 독점이익이 누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합의 없이 상장 차익의 전부를 기존주주가 사적으로 향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위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경우 상장 차익으로 공익기금을 만들어 자본시장 발전 목적에 사용했다며, 유사 방안을 한국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막전막후 = 당초 ‘코스닥 분리’ 사안이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큰 물줄기가 바뀐 것은 각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 변곡 포인트에는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의 ‘입심’이 있었다.

이번 사안은 지난 6월 22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엔 이번 사안은 코스닥 시장 분리냐 아니냐가 핵심이었다. 금융위와 벤처업계가 코스닥 분리를, 거래소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거래소 노조는 코스닥 분리에 반대하며 ‘극렬 저항’했고, 이때 중재자로 나선것이 국회다.

지난달 2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포함된 부산지역 의원들은 코스닥 분리 방안을 배제한 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융위가 난색을 표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총대를 멨다. 금융위가 법안을 발의하면, 자신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키로 합의 해준 것이다.

금융위는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뺐다. 거래소 숙원사업인 거래소 상장까지 ‘큰 판’에 포함 시킨 것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각 증권사 사장 조찬간담회에서도 증권사들은 크게 호응한 것으로 알려진다. 거래소가 상장 될 경우 상장 차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업계 역시 나쁘지 않다. 코스닥 시장 상장 문턱이 낮아질 전망이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