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그리스 사태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의 잘못도 크지만,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그리스 재정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IMF의 실책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목소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IMF가 지난 2010년 그리스에 1100억유로(약 137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할 당시 즉각적으로 채무 구조조정을 요구하지 않은 것과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반해 정책을 시행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WSJ는 이와함께 IMF의 기밀 문서 내용도 공개했다. 문서는 2010년 첫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제공할 때 IMF 직원의 3분의 1이 반대 주장을 펼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IMF가 예측한 그리스 경제성장률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비현실적이며, 즉각적이고 강력한 채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IMF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압박으로 당시의 구제금융안은 그대로 수용됐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 첫 구제금융 이후 2년이 지난 2012년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IMF의 예측을 한참 밑돌았다. 이후에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해 그리스의 경제 규모는 4년여 동안 25%나 축소됐다.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한 IMF가 2012년 그리스에 대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이미 손 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뒤였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긴축 정책이 그리스와 다른 국가들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한 점도 IMF의 패착으로 꼽았다. 늘어난 채무는 추가적인 예산감축으로 이어졌고, 어려워진 경제로 인해 촉발된 정치권에 대한 불만은 경제개혁을 한층 더 수렁에 빠지게 했다. 실업률은 28%까지 치솟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월에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의 해결책으로 그리스의 정권교체를 꼽고 있다. 5일 실시될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구제금융을 위한 국제채권단의 긴축을 받아들이면 구제금융안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현재 치프라스 내각의 실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