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국회 운영위원회가 파행 국면을 맞았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국회입법조사처 등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국회법 등을 논의하는 상임위원회다.

최근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국회법개정안 등을 다룰 주요 상임위이지만, 여야 합의로 예정된 일정이 돌연 기약없이 연기됐다. 연기를 요구한 새누리당, 청와대 모두 이유도 제각각인 채 해석만 무성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 당청갈등이 몰고 온 국회의 현주소다.

2일 예정된 운영위는 결국 무산됐다. 지난 1일 새누리당이 연기를 요청하면서다. 국회에서 확정된 일정이 돌연 하루 전날 파행을 겪은 셈이다. 야당 단독으로 열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운영위원장(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소관기관인 청와대가 불참한 가운데 열리는 운영위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야당 단독으로라도 개최할지) 좀 더 고민해보겠다”면서도여당과 만나 조율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당이)아무것도 모르는데 왜 만나겠느냐”고 일축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연기 사유다. 청와대, 당 대표, 원내지도부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문은 김무성 당 대표가 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내가 운영위 연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운영위원장은 유 원내대표가 맡고 있다. 운영위에는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이 참석하게 된다. 최근 사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가 한자리에 앉는 게 당사자나 당 대표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 대표는 연기 이유와 관련, “그걸 몰라서 묻느냐”며 “운영위를 지금 열어봐야 뻔한 결과가 나온다”고 답했다. 당청갈등이 격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의미다. 본인이 직접 이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여야 회동에선 또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가 운영위에 출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말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입장이 바뀔 것 같지 않다”며 “(청와대 입장은) 내일(2일) 하게 되면 출석 못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먼저 불참을 통보하고서 김무성 대표가 연기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거의 비슷하다”고 답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는 사실상 당청 창구를 모두 닫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당청협의에도 유 원내대표가 불참했다. 유 원내대표를 참석하지 않게 해달라는 청와대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운영위 불참 의사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유 원내대표와 마주 앉지 않겠다는 의미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반감이 추경, 상임위 일정까지 발목잡은 셈이다.

정작 청와대는 부인에 나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가 운영위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는 데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다시 진실공방이다. 당은 청와대 불참을 이유로 내걸고, 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 그 누구도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한 채 운영위는 결국 파행됐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 교수는 “청와대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당청갈등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