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함에 따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악화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정부는 추경을 통해 직접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메르스 쇼크로 인한 경제파장이 예상보다 심각한 만큼 금리와 재정의 ‘패키지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전반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필요하면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의 신중한 입장에서 한발짝 나아간 모습을 보여 시장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어 정부의 고민이 만만치 않다.
이번 한은의 금리인하는 가계부채 증가 우려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여러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내수와 수출 등 경기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말하자면 응급처방을 시행해야 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감소율은 1~3월 -1~-4%에서 4~5월엔 -8~-11%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5월 수출액은 전년대비 10.9%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의 -20.9% 이후 거의 6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내수는 미약한 회복조짐을 보이다가 이번 메르스 쇼크로 급냉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6월 첫 주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와 3.4% 감소했고, 음식점을 비롯한 외식업체는 물론 재래시장도 고객 발길이 끊기며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과 수학여행 등의 취소로 관광, 숙박, 문화, 여가 분야는 결정적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 소비여력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차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은이 경기부양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경제심리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에 비해 추경은 직접적인 수요창출 효과가 있지만,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재정건전성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에도 6조∼7조원의 세수 ‘펑크’가 에상되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할 경우 결국 부채를 늘려야 한다.
당장은 부채를 감내할 수준이지만 저성장이 지속되고 세수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일본은 장기저성장이 시작되는 국면에 재정을 투입하다 정적자가 누적되는 바람에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추경으로 성장률을 다소 끌어올릴 수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확충하려면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지만, 각종 구조개혁 이슈가 메르스 ‘블랙홀’에 함몰되면서 개혁의 동력을 상실했다.
때문에 기재부는 추경에 대한 요구가 큼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가 이러한 딜레마를 풀어내려면 추경을 포함한 단기적인 경기부양 방안과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 방안을 동시에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