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ㆍ서지혜 기자] 서울 시민 A씨 “아버지가 밤새 열이 나고 몸이 많이 아프세요. 메르스 아닌가요?”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보건소로 연락하세요.”
B자치구 보건소 “당직자 밖에 없어요. 가까운 의료기관에 가보세요.”
동네 병원 “메르스 감염 여부는 보건소에서 판단합니다. 보건소에 연락하세요.”
질병관리본부 핫라인 “보건소에서 ‘자가 격리하라’는 연락을 받았나요? 못 받았으면 메르스가 아니니 동네 병원으로 가세요.”
사전 준비도 없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의 전쟁’을 선포한 서울시의 대응 체계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의심 증상이 있는 시민들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메르스 방역 최일선에 있는 자치구 보건소는 서울시와 연계는 물론 지원도 제때 받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방역망이 허술해지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메르스 관련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20다산콜센터와 119응급전화를 비롯해 메르스 핫라인 11개 회선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신고가 들어오는대로 모두 자치구 보건소에 떠넘기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시민 A(32ㆍ여)씨는 지난 7일 오전 아버지의 급작스런 발열로 서울시 120다산콜센터로 연락했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보건소에 연락하라”는 안내 뿐이었다. 1분1초가 급했던 B씨는 보건소로 연락했지만 간절히 기다리던 담당자 목소리 대신 자동응답기로 연결됐다. 대기자가 많아 수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겨우 보건소 직원과 연결됐지만 A씨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보건소 직원은 “지금은 당직자 밖에 없어 상담을 할 수 없으니 인근 의료센터로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인근 병원에 연락했다. 병원에서는 “메르스 판단은 보건소에서만 하기 때문에 보건소로 연락하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핫라인도 통화시간만 길었을 뿐 돌아오는 대답은 다른 상담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20다산콜센터ㆍ핫라인→자치구 보건소→의료기관→보건소’로 이어지는 ‘전화돌려막기’는 무한 반복됐다. A씨는 메르스 신고를 하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
메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서울시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안일한 대응이었다. 결국 A씨의 아버지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가까스로 동네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독감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A씨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A씨는 “정부나 서울시나 모두 믿을 수 없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자치구 보건소도 서울시의 탁상행정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작 방역업무를 하는 곳은 보건소인데 서울시는 현장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지시만 내리고 있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사전 협의도 없이 메르스 확진환자를 공개하는 바람에 검진은 물론 상담 준비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태반”이라면서 “지원인력과 의료장비도 부족해 방역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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