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변덕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북한은 20일 돌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용을 철회했다.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반 총장의 방북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북한은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 수장인 반 총장의 방문 허용을 철회하면서도 뚜렷한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반 총장은 이날 북한의 철회 배경과 관련, “오늘 새벽 북측이 갑작스럽게 외교 경로를 통해 저의 개성공단 방북 허가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다”며 “북측은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설명했다. 이날 예정됐던 의전 및 경호 담당 유엔사무국 실무직원들의 사전 방문도 무산됐다.
애초 반 총장은 21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측 관리위원회로부터 공단 현황에 관한 브리핑을 받고 입주기업과 의료시설 등을 둘러본 뒤 북측 근로자와 남측 기업인을 격려할 예정이었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역대 세 번째 방북이자 첫 번째 개성공단 방문이라는 점에서 북측 고위급 인사와의 자연스런 면담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됐다.
반 총장이 국가원수급인 만큼 리수용 외무상 내지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또는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됐다면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남측 함정 ‘조준타격’ 위협, 함대함 미사일 발사, 해상 사격 등으로 악화될대로 악화된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일각에선 반 총장의 방북 이후 6ㆍ15 남북 공동기념행사, 7월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8ㆍ15 남북공동행사 등의 흐름을 타면서 올해 안으로 남북관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급작스런 철회로 인해 오히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북소식통은 “반 총장 개성공단 방문 허용 취소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에 이어 다시 한번 북한의 불확실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반 총장 개성공단 방문 허용을 철회한데 대해 북한이 의제를 문제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반 총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핵 6자회담과 남북간 대화 진전 같은 의제를 꺼낼 경우 북측 입장에서는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남북간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반 총장의 남북관계 개선 설득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 최대한 남측을 압박하면서 높은 수준에서의 정책 전환을 촉구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긴장구도를 8ㆍ15 때까지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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