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위기’에 4선 이상 중진 모임 1년 만에 재개…12일 긴급 조찬회동 - 이종걸 “공정성 위협받고 있다” 김영환 “文 사과 아닌 구체적 행동 필요” - 비주류 ‘민집모’ㆍ 초재선 ‘더좋은미래’ 잇딴 회동…“당 전례 없는 위기” - 문재인, 경제공부모임 재개하며 ‘경제정당’ 행보…“지금이 공부할 때인가” 우려도

[헤럴드경제=박수진ㆍ장필수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4선 이상 중진 의원 9명은 12일 긴급 모임을 열고 문재인 대표를 향해 “의사결정을 공식 기구에서 공개적으로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 대표의 비선라인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주류 모임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초ㆍ재선 모임 ‘더 좋은 미래’도 잇따라 회동하며 위기 의식을 공유하는 등 당의 분열을 우려한 의원들의 모임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12일 민주정책연구원 경제정책심화과정 모임에 참석하는 등 ‘경제정당’ 행보를 재개하며 ‘마이웨이’의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연합 4선 이상 중진 모임은 1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오전 8시부터 약 1시간45분동안 진행됐다. 박병석(4선) 의원의 주최로 열린 이날 모임은 지난 11일 긴급 결정됐다. 4선 이상 중진 14명 중 박 의원을 포함해 문희상, 이미경, 김영환, 정세균, 신기남, 원혜영, 이종걸, 추미애 의원 등 9명이 참석했다. 전날 문 대표에게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던 김한길 의원은 개인사정으로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조찬 모임을 열고 지도부의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와 품격있는 최고위원회 구축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원혜영, 문희상, 박병석, 이종걸, 정세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조찬 모임을 열고 지도부의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와 품격있는 최고위원회 구축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원혜영, 문희상, 박병석, 이종걸, 정세균 의원.

중진들은 이날 회동을 통해 최근 상황을 위기 상황을 규정하며 ▷지도부의 리더십 발휘 ▷정청래 최고위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품격있는 최고위 구축 ▷공식 기구를 통한 공개적인 의사 결정 ▷의원 워크숍을 통한 폭넓은 의견수렴을 촉구했다.

주목할 점은 공식 기구를 통한 공개적인 의사 결정을 촉구한 점이다. 사실상 중진들이 문 대표의 비선라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문 대표의 비선라인을 언급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 말 속에 다 포함돼있다.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발언들을 다 포함해서 말한 것”이라며 “언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측근정치’를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4선)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분열의 원인으로 ‘공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 퍼져있다”며 간접적으로 의사 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내 비주류와 비노 진영에서는 문 대표의 ‘비선 라인’을 정리하라고 요구해왔지만 친노계는 “비선은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중진들까지 나서서 비선라인을 공식 의제화 하면서 문 대표가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의원은 “중진 모임을 1년여 만에 재개했는데 어느 때보다 공감대가 많았다. 중진은 물론이고 초재선 의원들도 ‘중진들이 가닥을 잡아달라’ 고 요구해왔다”며 “오늘 논의된 이야기는 가감없이 엄중하게 문 대표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모임을 비롯해 지난 11일에는 민집모와 ‘더 좋은 미래’ 의원들이 각각 회동하며 당의 위기 상황을 수습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집모 오찬회동에 참석한 김영환 의원은 “정청래 사태를 수습하는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 일부에서는 사퇴해야한다는 주장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모아진 의견은 없었지만 지금 상황이 굉장히 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당의 분열을 우려한 의원모임이 속속 이뤄지고 있지만 문 대표는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중진 긴급 모임이 치러진 12일 오전 8시 민주정책연구원이 경제정책심화과정에 참석해 4.29 재보선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경제 공부 모임을 재개했다. 유능한 경제정당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강연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분배없는 한국경제’를 주제로 진행했으며, 정세균, 윤호중 의원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당초 참석이 예상됐던 정청래, 유승희, 오영식 등 최고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정책연구원은 우리 당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드는 중심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가야된다는 것은 우리 당의 어떤 합의와도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날 김한길 의원이 “친노의 좌장과 야권 대표 주자 중 선택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