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7일 코스닥 상장사인 CJ E&M 관련된 증권사의 리포트가 2개 나왔습니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리포트가 쏟아지는 여의도에서 이것이 무슨 대수로운 일이냐고요?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8위에 랭크된 CJ E&M 관련 리포트가 지난달 14일 이후 20여일만에 처음 나왔기 때문입니다. 3~4일에 하나 꼴로 나오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오래 간만입니다. 지난달 CJ E&M 주가가 출렁일 때도 관련 리포트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CJ E&M 리포트가 나오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지난해말부터 애널리스트들이 CJ E&M 미공개 정보를 통한 주식거래를 유도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줄소환하면서 담당 애널리트들이 극도로 몸을 사렸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 6일 A증권과 B증권의 CJ E&M 담당 애널리스트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단에 따르면 해당 애널리스트들은 CJ E&M에서 2013년 3분기 실적을 공시하기 한 달 전인 작년 10월 16일 증시 개장 이전에 CJ E&M의 실적을 펀드매니저들에게 미리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CJ E&M 주가는 이날을 시작으로 한 달간 하락을 거듭했으며, 실제로 한 달 후인 11월 14일 극히 저조한 실적을 발표 했습니다. CJ E&M은 당시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돼 33억여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조사단은 2개월동안 진행된 관련 조사 결과를 이르면 다음주나 늦어도 2주 내에 발표하고, 해당 애널리스트들을 검찰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애널리스트들로서는 속이 타 들어갈 것입니다. 처벌 대상이 될 지, 처벌 수위는 어디까지일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자격박탈부터 손실 회피 규모가 큰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징역형까지 구형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탐방 등을 통해 미리 입수한 정보를 기관투자자나 펀드매니저 등에게 먼저 알려주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CJ E&M 뿐만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올해로 애널리스트 경력 9년차인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탐방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회사 내에 공유하는 것은 너무 오래된 관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관행은 결과적으로 주식매매 행위로 이어질 경우, 미공개정보 위반 등 자본거래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정보를 어디까지 전달해야 할 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며 “애널리스트들이 기업들의 탐방요청이 들어와도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CJ E&M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거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업황부진으로 의기소침해진 여의도 증권가가 ‘CJ E&M 실적 유출 수사’로 더욱 위축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