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에서 왔다는 한 기업인이 스마트폰을 들고 모니터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자 식사 메뉴와 함께 결제 창이 쫙 뜬다.
두눈 동그래진 그는 어떻게 이런 인식이 가능한지, 이런 기술을 들여오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질문을 쏟아낸다.
의문을 풀었나 싶더니 갑자기 굳은 얼굴로 던진 또하나 질문.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게 되면 귀한 정보가 유실되고 타인이 결제까지 하면 낭패가 아니냐는 거다.
옆에서 보고 있던 한 한국 기업인이 중남미 지역은 ICT에서 우리나라의 70~80년대 수준으로 보면 될 거라고 귀뜸한다. 한국과 중남미 간 ICT 관련 기술의 수준 차가 크다보니 중남미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많은 관심을 보이는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26~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장에서의 한 장면이다. ‘비즈니스서밋’에서 1:1 비즈니스 상담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는데, 특히 중남미 기업인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부스에 마련된 스마트폰 터치리스(touchless) 인증 시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IDB 연차총회를 통해 우리나라는 중남미에 정책금융, 차관 등 총 11억달러를 지원하고, 중남미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남미 지역의 경제 발전을 돕는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ICT, 인프라 개발 사업 등을 통해 현지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로선 중남미 붐을, 중남미는 경제 발전 수준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반길 일이다.
그런데 ICT가 그들에게 도입되면 평소 없었던 근심거리가 하나 더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들이 몰랐던 ICT의 신세계가 열리면서 그 기업인 말한대로 필히 수반되는 분실이나 도용의 위험요소들이 행복지수를 갉아먹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학기술과 같은 물질문화의 변화 속도를 사람들의 의식이나 행동이 따르지 못해 발생하는 ‘문화지체현상’이, 중남미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걱정은 괜한 것일까. 그 우루과이 기업인의 심각한 얼굴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