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ㆍ양영경 기자] 일부 대학 학생회가 학교 엠티(MT)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불참비’를 걷기로 결정하면서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학생회 측은 “강제적으로나마 학생 참여를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학생들은 “참여하지도 않는 행사비를 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대구 소재 모 대학 사범대는 2박 3일간의 MT 비용으로 일인당 6만3000원을 걷기로 했다. 문제는 사범대 소속 일부 학과에서 MT 불참 학생들에게 불참비 명목으로 MT비와 동일한 금액을 걷겠다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일부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에 “돈이 없으면 행사를 조촐하게 하고, 사람이 없으면 오고 싶은 행사를 만들라”며 “관례나 관습 같은 말을 붙이며 악습을 후배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학 사범대 학생회장 조모(27) 씨는 “학과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사실상 학생회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불참비를 걷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문제가 커지자 임시총회까지 열었고 향후 불참비를 없애나가기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경북 소재 모 대학의 일부 학과도 불참비 징수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한 학생은 인터넷에 “ MT비가 1만5000원이고, 불참비가 2만5000원이다. 불참하는 데 돈을 더 내야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이에 “우리 학과는 불참하면 5만원, 간다고 했다가 안가면 10만원”, “노골적으로 벽보에 불참비를 붙여놓은 학과도 다수” 등 불만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전북 소재 한 대학의 한의학과도 학생회 측에서 3월 말 MT 때 불참비를 걷자고 제안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 학과 학생회장 김모(21) 씨는 “불참비는 행사에 참가 못하는 사람이 행사를 준비한 동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돈을 보탠다는 개념으로 시작된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참비 제도를 공식철폐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은 대학생들의 학교생활 참여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가량인 47.7%가 ‘대학생활 중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행동 가운데에는 ‘학과 행사에 불참한다’가 59.7%(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학과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가 46.2%로 그 뒤를 이었다.

경북대 재학생 김모(24ㆍ여) 씨는 “요즘 대학은 작은 사회를 체험하고 유대관계를 맺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해버린 상황”이라며 “학생들 사이에 개인주의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