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복고 열풍이 거세다. 영화ㆍ드라마 등 대중문화는 물론 패션계와 순수미술 부문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1970년대 일본의 모노크롬 화풍과 맥을 같이 했던 한국의 회화 작품들이 ‘단색화’라는 고유명사를 갖고 미술품 경매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미술시장의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단색화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장르다. 한국 단색화 작가들이 잇달아 해외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것은 물론 오는 5월 베니스 비엔날레 병렬 전시의 일환으로 단색화 그룹전이 열린다.

온라인 미술품 경매 트렌드를 이끄는 헤럴드아트데이(대표 소돈영)의 3월 메인 경매에도 단색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된다. 단색화 그룹 작가들인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의 대표 작품들이 포함됐다. 또 김흥수, 권옥연, 황재형, 전혁림 등 당대를 풍미했던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까지 총 160여점이 출품된다.

꽃샘추위의 막바지, 봄의 따뜻한 기운을 품은 미술 작품들이 명상과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1. 단색화 열풍의 중심, 박서보의 후기 ‘묘법’

이번 경매에는 박서보(1931~)의 작품 두 점이 출품된다. 박서보의 ‘묘법’ 연작은 재료적 측면에서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전기가 캔버스 혹은 양지, 유채안료가 주재료였다면 후기는 한지와 수성안료 등을 주로 썼다. 후기에 해당하는 이번 출품작은 흠뻑 젖은 한지가 마르기 전에 연필이나 나무주걱 등으로 선을 그은 다음 지우고 다시 긋는 작업을 반복했다. 반복적 신체행위를 통해 정신적 정화에 이르는 일종의 ‘수행’이다. 시작가 300만원.

2. 독창적 배압법 구축 하종현의 ‘접합’

하종현의 ‘접합’ 시리즈도 나온다. 하종현은 오랜 작가생활 동안 걸쭉하게 갠 유성물감을 마대 천의 뒤에서 밀어 넣는 특유의 배압법(背押法)을 사용해 독창적인 단색화 세계를 구축했다. 작품명 등을 주로 써넣는 소극적 공간인 뒷면에서 작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물성’ 그 자체에만 주목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시작가는 700만원.

3. 윤형근의 선염법, 그 고요한 번짐

윤형근 역시 독자적인 단색화풍으로 1970년대를 풍미했다. 단순한 구도에 반복되는 붓질, 동양화적 ‘선염법(渲染法ㆍ동양화에서 화면에 물을 칠하여 마르기 전에 붓을 대 몽롱하고 침중한 묘미를 나타내는 기법)’에 의한 번짐은 고요한 내면의 울림을 자아낸다. 1970년대부터 청색과 다갈색 화면을 구축해왔고, 말년에는 점차 다갈색으로 수렴됐다. 시작가는 800만원.

4. 김흥수의 붉은색 여성누드, 관능의 미학

‘하모니즘’의 거장 김흥수의 ‘여인’이 붉은색 화면 속에서 관능미를 뽐낸다. 김흥수는 여성 누드와 기하학적 도형을 하나의 화면에 대비시켜 구상과 추상의 이상적인 조화를 만들어냈다. 색채와 조형성의 절묘한 대비 또한 두드러진다. 시작가는 1200만원.

5. 권옥연의 추상, 초현실세계로의 초대

권옥연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초현실적 화풍으로 담담한 색채가 특징이다. 그의 작업은 구상에서 시작,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추상적인 경향과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결합했다가 이후 다시 인물, 정물, 풍경들의 구상적 화풍으로의 회귀를 보인다. 경매에는 그의 추상적 화풍과 특유의 ‘회색세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 출품된다. 시작가는 1600만원.

6. 탄광화가 황재형, 광부의 격렬한 고뇌

그저 소재로서 탄광촌을 대하는 것이 아닌, 태백의 한 탄광촌에서 직접 광부의 삶을 살았던 ‘광부화가’ 황재형의 작품에는 격렬한 고뇌가 스며있다. 관찰자의 시선을 넘어 같은 입장에서 바라 본 광부들의 삶과 노동, 그리고 강인한 생명력을 작품에 담았다. 시작가 1000만원.

7. 색채 마술사 전혁림의 코발트 블루 통영

‘통영의 미술가’이자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전혁림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책과 자연을 스승이라 칭하고 예술에 선생은 필요없다고 단언하며 독학으로 미술을 익혔다. 말년까지 붓을 놓지 않은 그의 작업은 회화, 조각, 벽화, 도자기 등을 넘나들었다. 특히 회화 작품들에는 통영 바다의 코발트블루 빛깔과 한국적인 오방색이 살아 있다. 시작가 2000만원.

8. 최영림, 설화의 에로티시즘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는 최영림. 1950년대 어두운 색조의 표현적 구상작품 시기를 지나 196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대체로 우화적이고 설화적인 모티프를 담았다. 몽환적인 분위기, 은유적인 성적 표현, 전통적인 해학과 익살이 주를 이룬다. 캔버스에 흙을 발라 두꺼운 마티에르(질감)는 토속적인 정취가 묻어난다. 시작가 800만원.

9. ‘바보산수’ 운보 김기창의 내밀한 울림

‘청록산수’, ‘바보산수’로 잘 알려져 있는 운보 김기창(1913~2001)도 나온다. 운보는 전통과 현대, 추상과 구상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의 지평을 넓힌 작가다. 일곱살 때 장티푸스로 청력을 잃은 탓인지 그의 작품에는 내면에서부터 끌어 올린 깊은 울림이 있다. 시작가 500만원이다.

경매는 18일부터 25일까지 8일 동안 용산구 후암동 헤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출품작은 아트데이옥션 온라인 홈페이지(www.artday.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매 응찰은 아트데이옥션 홈페이지에서 24시간 가능하며 전화로도 응찰할 수 있다. 경매 마감은 25일 오후 5시부터 작품 번호순 1분 간격, 1점씩 마감된다. (문의 : 02-3210-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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