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ㆍ서상범 기자] 자동차 회사들이 고객을 유혹하는 것은 디자인과 성능만이 아니다. 운전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오디오 시스템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오디오 브랜드와 손을 잡고,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렉시콘과 콜라보를 진행중이며, 벤츠는 하만카돈, 인피니티는 보스, 아우디와 BMW는 뱅앤울룹슨 등 각 브랜드별 특성에 맞는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영화관이 된 차, 울림이 사운드의 품질 좌우=기본적으로 자동차 오디오 사운드는 스피커의 품질이나 개수 등에 좌우된다. 명품 오디오 브랜드와 손을 잡고, 적당한 수의 스피커를 장착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사운드가 나온다. 하지만 그 외에도 사운드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중 음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잔향(殘響) 시간이다.

잔향 시간은 어떤 소리가 발생한 뒤 저소음(60㏈)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잔향이 길면 소리가 울려 거슬리지만, 공연장이나 영화관 등에서 긴 잔향 시간은 사운드를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상급 뮤직홀의 경우 소리를 가장 멀리, 풍부하면서도 부드럽게 전달하는 울림을 만드는게 관건이다. 음악 장르에 따라 최적화된 잔향 시간도 다른데, 클래식 음악 공연장은 (잔향시간)2초가 최적으로 꼽히고, 록음악이나 대중음악 공연장은 그보다 울림이 적게 설계된다.

차량 내부 음질도 마찬가지다. 내부 공간에 퍼지는 잔향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사운드가 달라진다. 즉 소리가 차량 내부에서 얼마나 반사돼 울림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특정 차종의 사운드는 차량 설계 단계부터 함께 디자인된다. 음향 설계 디자이너가 모든 과정에 참여해, 완성차 업체와 협업한다.

최근 출시된 인피니티 Q70은 보스의 5.1 서라운드 시스템을 탑재해 차 내부 음향을 최상급으로 끌어올렸다. 차 안에서 영화관이나 콘서트홀에서 경험할 만한 음향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Q70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유타카 나카구치 보스(BOSE) 시니어 마케팅 매니저는 “차량 내부에서 반사되는 음(반사음)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음질을 좌우한다“며 “차량 음향 설계시 차량의 창문, 좌석 표면에서 반사되는 음을 튜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피니티는 “3년전부터 보스의 사운드 디자이너가 차량 설계에 참여, 차량 내에서도 라이브 뮤직을 듣는 것 같은 음향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차 내부 공간의 크기나 디자인, 차량 내부 시트나 센터페시아의 재질도 소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가죽, 나무, 유리에 소리가 부딪혔을 때 반사되는 각도와 정도가 제각각인 탓이다.

그외 차량 내부 음향 설계가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악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피커와 탑승자 간 거리가 들쭉날쭉하고, 탑승자 정면에 스피커를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또 차가 달릴때 엔진사운드나 풍절음 등 소음이 발생하는 것도 차량 사운드가 극복해야할 장애요인이다. Q70에는 차 내부 마이크가 외부 소음을 보정하는 시스템이 탑재됐다.

▶ 車브랜드-오디오별 궁합도 있어=각 회사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대변해주는 오디오를 선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프리미엄 차종인 에쿠스, 제네시스, 아슬란, K9에 17개의 스피커가 포함된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웅장한 저음으로 유명한 하만카돈 시스템을 쓰고 있다. 묵직하고 무게감이 있는 벤츠의 이미지를 감안한 선택이다. 최상위 모델인 S 클래스는 이보다 입체적이고 풍성한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된다. 독일의 명품 오디오 제조사인 부메스터의 하이엔드 3D 입체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그것이다.

아우디와 BMW는 뱅앤 올룹슨을 선택했다. BMW 뉴 7시리즈 및 6시리즈, M6 쿠페, 아우디 A4 2.0 TDI/TFSI 콰트로 프레스티지, A8, Q5 3.0 TDI 등이 뱅앤올룹슨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아우디는 A8에 2007년 뱅앤올룹슨을 처음으로 장착하며 아우디 기술자 25명과 뱅앤올룹슨 기술자 20명으로 구성된 팀이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A8L W12에 적용된 시스템은 1400W 이상의 출력을 가진 앰프 2개가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긴 19개의 스피커를 작동시켜 최상의 음향을 제공한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영국의 대표 오디오 브랜드 메르디안을 사용한다. 메르디안은 세계 최초로 오디오파일용 CD플레이어를 생산한 회사로 특히 디지털 통합 오디오 시스템 부문에서 이름이 높다. MP3파일을 USB에 넣어 듣는 경우가 많은 자동차 오디오의 특성상 MP3 파일을 가장 원음에 가깝게 재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숙성의 상징인 렉서스는 하만 인터내셔널 브랜드 중 가장 고급인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과 손을 잡았다. 특히 독점 계약을 통해 전세계 자동차 중에서 오로지 렉서스에서만 마크 레빈슨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크 레빈슨의 사운드는 사람이 들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음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중음 튜닝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