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은 차분하면서도 간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9일)한 뒤 지난 이틀간 공식 일정 없이 청와대에 머물던 그가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7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보인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매년 이 행사에 등장했지만, 이날 인사말 말미에 ‘양떼 돌보는 목자(牧者)론’을 얘기해 관심을 모았다.

기독교에선 성직자를 양치는 사람에 비유해 목자로 일컫는다. 박 대통령은 종교가 없는 걸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 행사인 만큼 그 성격에 맞게 목자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인사말 직전에 진행된 김선도 목사(광림교회 원로)의 설교 제목이 ‘선한 목자를 따르는 선한 양’인 걸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朴이 꺼내든 ‘양떼 돌보는 목자(牧者)론’…첩첩산중 개혁ㆍ사회통합 난제

박 대통령의 ‘목자론’은 국가경영 차원에선 경제혁신, 공무원연금 개혁ㆍ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사회개혁, 갈등 통합 등 산적한 사안 해결에 본인 스스로 앞장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의중은 인사말 전반에 녹아 있다. 그는 현재 국가 상황을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하며 “경제혁신과 사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사회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제혁신은 박 대통령의 ‘제1미션’인 만큼 새로울 게 없지만, 사회개혁을 언급한 대목이 주목된다.

공무원연금개혁과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이 사회개혁의 범주에 포함된다. 각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난제들로, 박 대통령은 “양떼를 돌보는 목자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의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 가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과 관련해서도 “갈등과 분열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신뢰와 통합의 사회적 자본을 쌓는 일이 시급하다”며, 사회통합에도 앞장 설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이런 의지를 실행에 옮길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자리는 오는 17일로 확정된 여야 대표간 회동이 될 전망이다. 민생경제 활성화,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순조로운 처리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상생의 손을 먼저 내밀지 주목할 만하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날 기도회에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국회조찬기도회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지혜와 판단력, 용기를 주셔서 국가번영과 융성을 이끄는 역사적 지도자가 되게 인도해 달라”고 기도해 관심을 끌었다.

김선도 목사는 설교 초반 미국 닉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찬기도회를 했을 때 헌금을 목사에게 빌려 낸 뒤 갚지 않고 고인이 됐다는 점을 언급, “오늘 헌금 순서가 없다. 대통령이 헌금을 준비 못했더라도 걱정 안해도 되겠다”고 말해 박 대통령과 좌중에 웃음을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