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단독입수, 상가 권리금거래표준계약서 들여다보니…
권리금, 계약금·중도금 나눠기재 계약때 임대차 계약 내용도 확인 무형권리금 산정 수익환원법 적용
서울의 한 지역에서 권리금 1억원에 미용실을 양도받은 A 씨는 지난해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가게를 넘겨주고 간 전 주인 B 씨가 가게로부터 200m 떨어진 곳에서 같은 이름으로 미용실을 또 열어 기존 손님들이 다 그쪽으로 몰려간 것. 권리금을 주고받으면서 지켜야할 조항 등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계약을 하면서 발생한 피해사례다.
상가 권리금을 주고받은 임차인들이 명확한 권리금 계약 규정이 없어 각종 피해가 발생했으나 앞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권리금 양도인의 겸업금지 의무 등 임차인간 권리의무사항 등을 담은 ‘권리금거래표준계약서’ 등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 국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통해 준비하고 있는 ‘상가권리금 보호 방안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권리금 거래 당사자인 임차인 간, 그리고 건물주와 임차인 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각종 의무사항이 ‘권리금거래표준계약서’에 담긴다.
헤럴드경제가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단독 입수한 정부의 ‘권리금거래표준계약서 초안’을 보면 새로 마련된 계약서는 상가ㆍ시설 등의 임차목적물과 권리금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기재하도록 했다. 또 보증금ㆍ관리비ㆍ계약기간 등 권리금 거래 계약 당시 임대차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임대차 관계를 명확히 하도록 했다.
특히 양도인이 양수인 간 다른 약정이 없으면 10년간 동일한 지역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상법상 ’경업금지의무‘를 지키도록 했다. 임차인 끼리 특약사항을 적어 넣을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 연구용역에 참여한 김승종 국토연구원 책임 연구위원은 “권리금거래표준계약서에 권리 의무관계를 명확히 한만큼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권리금 계약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인이 협력의무를 위반할 때 적용받는 손해배상액 기준과 임차인간 권리금 분쟁 객관적인 기준이 될 권리금 산정기준안도 마련됐다.정부는 기존의 권리금을 바닥권리금(상권과 입지에 따라 산정)과 영업권리금(단골이 많을수록 많음) 등을 포함한 ‘무형의 권리금’과 시설권리금(감가 상각후 남은 시설의 가치) 등 ‘유형의 권리금’으로 나눠 산정하기로 했다.
무형의 권리금을 산정할 때는 임대차계약이 끝나는 시점에서 미래에 생기는 이익을 현재가치로 바꾸는 ‘수익환원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부가세신고자료 등 매출관련 현황을 바탕으로 미래에 발생할 영업이익을 계산, 계약 종료 시점의 가치로 바꾸는 방식이다. 단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는 경우에는 인근 권리금 거래사례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형의 권리금은 해당시설을 다시 구입할 때 쓰는 원가에 감가상각을 한 금액(원가법)을 쓰기로 했다. 재고자산, 비품 등의 가격을 정할 때는 이와 비슷한 거래에서 쓰인 가격을 적용(거래사례비교법)하기로 하되, 불가능할 경우 ‘원가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박기석 한국감정원 연구개발 실장은 “권리금 산정 기준안 마련은 임대인의 손해배상액 책정 뿐 아니라, 임차인간 권리금 분쟁이 생겼을 때 객관성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거절할 수 없으며, 거절할 경우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개정안이 통과된 후 시행규칙 등 세부적인 법령을 정하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연내 권리금법제화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중이다. 이달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