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수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아졌다고 한다.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3.4%로 역대 최고다. 과거 청년층이 가장 많았던 피라미드형 취업구조가 이제 완전히 뒤집혀 고령층이 확실한 대세를 차지한 것이다. 이처럼 일하는 고령자가 점점 많아지는 현실에서 이들의 일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어떤 방식으로 계속 일할 것’인가로 쏠린다. 노동계는 모든 근로자에 대한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정년연장을 단순히 “더 오래 일한다”는 뜻으로 읽는다면 부정하기 힘든 주장처럼 들리지만, 글자 너머의 의미를 살펴보면 동의하기 어렵다. 법으로 정년이 연장될 경우 누가 피해를 입고,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일률적 법정 정년연장이 정답일 수 없는 이유는 우리 노동시장의 특수성에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번 채용하면 인력조정이 매우 어렵고, 퇴직 직전 직원의 임금이 신입직원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임금 연공성이 높다. 단지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높은 임금을 받는 구조다.
이러한 한계를 유지한 채 법정 정년만 연장하게 되면 그만큼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비용은 커진다. 늘어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의 선택은 기존 근로자의 희망퇴직 아니면, 신규채용 축소 뿐이다. 고령자와 청년 모두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이다. 결국 법정 정년연장의 혜택은 여력이 있는 대기업·공공부문, 그 중에서도 고용보호가 강력한 노조가 있는 사업장·정규직의 몫이 된다. 청년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정년연장이 모두에게 혜택이 될 수 없다면 시야를 넓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률적 법정 정년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같은 방식으로 더 많은 고령자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법적 정년은 여전히 60세다. 대신 ‘고령자 고용 확보조치’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해 기업에게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같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현재 일본 대기업의 80% 이상이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왜 정년연장만 고집하지 않고 재고용을 포함한 고용확보 조치를 택했을까. 고용의 주체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해야 국가 전체의 일자리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 같은 고령자 고용 확대를 위한 여건 조성에 협력해 임금 연공성을 크게 낮췄다. 우리 노사정도 이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4월 정년 60세 법제화 시 국회는 ‘임금조정을 동반한 임금체계 개편 의무’를 고령자고용법에 명시했고, 같은 해 5월 노사정은 일자리 협약을 맺어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약속했다.
그러나 예외없이 시행된 60세 정년과 달리 임금체계 개편 의무는 유명무실해지고, 어렵게 이룬 노사정 합의는 지켜지지 못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 현장지원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촉진해야 한다. 생산성에 맞지 않는 고비용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그 어떤 정책도 고령자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