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등 비용 절감·고객층 다양화 효과
탄산 제품 이어 음료 시장 전반으로 확대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저당·제로 칼로리 등 음료 시장에 부는 새로운 트렌드에 장수 브랜드까지 합류했다. 식품 업계는 기존 장수 브랜드를 활용해 비용 절감과 고객층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헬시 플레저(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것)’ 열풍이 장수 식품으로 확산 중이다. 장수 브랜드는 식품 업계에서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사랑받으며 가치를 인정받은 제품들이다. 큰 변화가 없어도 안정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장수 브랜드 전략의 변화가 감지된다. 식품 기업들이 장수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소비자층 확대가 꼽힌다. 제로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브랜드 전체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마다 차이가 다소 있을 수 있지만 기존 제품을 변형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며 “이미 수십 년 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은 제품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 신제품 대비 광고·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칫 장수식품이 옛날 이미지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최신 트렌드와 결합하면 2030세대를 중심으로 더 넓은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근에는 발효유를 비롯해 과채주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제품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초기 제로 음료 시장은 비교적 연구 개발이 쉬운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탄산음료는 설탕을 대체당으로 바꾸는 정도라면 다른 음료는 쌀처럼 원료 자체에서 나오는 당, 질감 등까지 고려해야 해 개발이 더 어렵다”며 “기존 제품과 맛을 비슷하게 맞춰야 하므로 테스트를 많이 거친다”고 말했다.
판매 성과도 뚜렷하다. hy가 2000년 출시해 올해 24주년을 맞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지난 4월 당 함량을 기존 제품 대비 70% 이상 낮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당밸런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지난달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600만 개에 육박한다.
2005년 출시해 19주년이 된 ‘하루야채’도 지난 5월 기존 제품 대비 30% 이상 당을 줄인 ‘하루야채 S’로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7월 ‘하루야채 라이트’로 다시 한번 리뉴얼됐다. 누적 판매량은 약 3개월 만에 100만 개를 넘어섰다. hy는 윌과 하루야채의 출시 월 대비 지난달 매출이 각각 17%, 24%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팔도가 지난 3월 선보인 ‘비락식혜 제로’도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비락식혜는 1993년 처음 선보여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한 대표 장수 브랜드다.
웅진식품을 대표하는 장수 브랜드 초록매실과 아침햇살도 올해 각각 제로 버전을 내놓으며 헬시 플레저 열풍에 올라탔다. 두 제품은 모두 1999년 출시돼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지난 2월 출시된 ‘초록매실 제로’는 출시 6개월 만에 382만 병 판매됐다. 아침햇살은 출시 전부터 소비자 요청이 잇따르며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이 1984년 선보인 피크닉도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은 대표 장수 브랜드다. 매일유업은 소비자 요청으로 당과 지방, 칼로리를 모두 제로로 설계한 ‘피크닉 제로’ 2종을 출시했다. 제품은 18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팩을 돌파했다.